구조조정을 거쳐 21세기 정보형사회로 옮겨가면서 채용시장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기업들이 원하는 유형의 인재도 달라졌고 이들을 뽑는 방식도 종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기업들의 신규채용방식이 달라진 점은 우선 대규모 그룹공채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현대 삼성 LG에서는 지난해부터 그룹공채가 사라졌다.

기업들은 종전에 그룹차원에서 뽑아 계열사로 분배하곤 했지만 이제는
계열사단위, 부서별 업종단위로 신규인력을 뽑고 있다.

채용시기도 봄 가을로 뽑던 연례행사에서 필요한 소수의 인원을 낚시로
낚아올리듯 그때그때 뽑는 연중상시채용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LG나 삼성 등은 정보통신이나 반도체 전자 등의 고급두뇌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등 각국의 유수한 대학이나 연구소를 돌면서 취업상담회를 열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다.

"준비된 인재"들을 그때그때 충원하려는 채용시장의 흐름은 원서접수때
자격증이나 경력증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아진데서 뚜렷이 나타난다.

토익이나 토플 고득점자를 우대한다는 것은 외국인회사만의 일이 아니다.

토익 8백점 이상은 보통 제시되는 하한선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시스템엔지니어 자격증(MCSE)은 아니더라도
워드프로세서 정보검색사 컴퓨터활용능력평가시험 PC활용능력평가시험 등
컴퓨터 사용능력을 보여 주는 자격증은 기본요건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이버 채용방식은 이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최근 자사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접수를 받으면서 지원자들이
12개 계열사중 지원하는 곳을 클릭하도록 했다.

1백26대1의 경쟁을 보인 신세계백화점의 대졸사원 채용에서는 지원자의
45%가 인터넷을 이용해 지원했다.

테스트기준도 변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을 한꺼번에 뽑기위한 필기시험-면접의 포괄적 방식에서 해당
업종에서 필요한 적정인원을 선발하는 전문능력 중시형의 구체적인 방식으로
변했다.

기업마다 제각각이다.

삼성은 인성검사까지 포함한 삼성평가모델프로그램(SSAT)을, SK도 적성.
인성검사를 포함한 SK종합적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필요한 인재를 선입견 없이 뽑기 위해 무자료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

청바지제조업체인 닉스, 인터넷 전자상거래업체인 코스메틱랜드처럼
아이디어만을 보고 지원자들을 뽑는 곳도 있을 정도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차라리 문제아를 뽑으라"고 한 것은 유명하다.

한편 정보통신 금융 유통 등의 호황업종의 대기업들 외에도 벤처기업들이
활발히 신규인력 충원에 나서면서 채용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 6월 벤처기업 3백96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 61.1%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벤처기업의 취업길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채용분야도 개발.연구직은 물론, 생산직 영업직 관리직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와함께 IMF이후 국내기업을 인수한 곳을 비롯 외국인기업들이 채용인원을
늘리고 있어 중요한 취업소스가 되고 있다.

이처럼 변화된 채용환경에 맞춰 취업희망자들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취업준비생을 도서관 대신 인터넷 PC방에서 찾아보는 것은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기업들의 사이버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달라진 풍속도다.

취업상담실 게시판의 채용공고와 신문광고를 일일이 뒤져봐도 입맛에 맞는
곳을 찾기 힘들게 된 때문이다.

채용정보의 상당부분이 사이버공간으로 옮겨졌다.

이제는 클릭을 잘해야 취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직자들은 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 리크루트
(www.recruit.co.kr), 인크루트(www.incruit.com), 캐리어서포트
(www.scout.co.kr), 한국외국기업협의회(www.kora.org) 홈페이지 등 취업
정보 사이트를 활용한다.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4백50여개나 되는 취업관련 사이트를 뒤지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닌다든지, 아예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것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 채자영 기자 jycha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