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다.

"금팔아 달러를 모으자"던 옛맹세는 간데없고 펑펑쓰던 악습이 소비생활과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유명상표선호 충동구매 대형가전제품 선호 등 안좋다는 과소비 풍조는 다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인들이 다시 "샴페인"을 사기 시작했다"는 비아냥이 바다건너에서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다.

28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IMF(국제통화기금) 한파를 전후해 달라진
소비자들의 행태와 인식을 조사한 자료를 내놓았다.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5대도시에 사는 성인남녀 1천2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 방만해진 소비행태 =IMF체제이전(97년10월)에 실시한 1차조사에서 22.2%
였던 "유명상표 선호" 비율이 IMF직후 2차조사(98년 2월)에서는 18.4%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번 3차조사(99년7월)에서는 21.8%로 다시 높아졌다.

"충동구매 성향이 있다"고 스스로 시인한 사람도 같은 기간 24.2%에서
18%로 감소했다가 21.8%로 늘어났다.

외식을 즐기는 집들도 증가추세다.

IMF 전에 10만원이상이었던 월평균 외식비용이 IMF 초기엔 7만6천1백30원
으로 줄었다가 지금은 8만3천원 수준까지 회복됐다.

함께 외식을 하러 가는 가족의 수도 4.3명으로 IMF이전 수준(4.4명)과 거의
같아졌다.

가급적 아끼던 경조사비는 이미 IMF이전으로 거의 복귀했다.

축의금의 경우 IMF전에 평균 3만8천4백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으나
올들어서는 3만7천원을 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차조사 때의 평균액수(2만9천7백원) 보다 월등히 늘어난 것이다.

조의금규모 역시 3만9천4백원에서 3만7백원으로 줄었다가 3만8천원으로
커졌다.

다시 "체면"을 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 흐트러진 절제 의식 =IMF체제로 들어서면서 외친 "건전소비 12가지
행동덕목"은 이제 낡은 구호가 돼 버렸다.

임금삭감과 실직으로 "술자리 줄이기"를 실천한 사람이 IMF 직후인 지난해
2월에는 무려 62.8%에 달했다.

그러나 경기가 다소 회복된 지난 7월에는 37.7%로 줄어들었다.

"어린이 생일잔치 간소하게 치르기"와 "교과서.교복 후배에게 물려주기"는
IMF이전에 각각 35.3%와 29.2%였으나 이번엔 35.0%와 26.8%로 실천율이
오히려 떨어졌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장보기전 쇼핑할 품목 메모하기" "가전제품
플러그 빼놓기" "한가구 한등끄기" "양칫물 컵에 받아쓰기" "승강기
닫힘버튼 누르지 말기" "일회용 컵 대신 자기컵 사용하기" 등은 IMF기간동안
잘지켜지다 최근에는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인식 자체도 과소비 쪽으로 흐르고 있다.

"가전제품은 커야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IMF기간동안 33.9%로 IMF전의
59.3%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47.8%로 늘어났다.

대형 가전제품 선호의식은 여성과 고학력 계층일수록 높게 나왔다.

IMF를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생활비와 용돈(잡비)을 줄이고 실직 등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여전히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식주와 소비행활 측면에서 72.8~77.8%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밝혔다.

IMF이전(73~78%)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 경제에 대한 인식 =국민들이 가장 염려하고 있는 것은 소득감소와
물가상승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감소할 지 모른다는 대답이 63.3%였으며 물가상승으로 가계에
부담을 될 것이라는 응답도 49.3%나 됐다.

IMF초기와 비교하면 실직에 대한 불안은 많이 줄어들었다.

지금 당장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비용은 교육비(48.1%)였다.

다음은 자가용 유지비(34.6%)와 경조사비(30.7%)순으로 나타났다.

IMF초기엔 식료품비(51.4%)와 주거관리비(30.2%)를 가장 걱정했었다.

올 하반기 경제전망은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3년안에
IMF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66.4% 였다.

< 고기완 기자 dada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