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한투자신탁과 서울보증보험 및 서울.제일은행에 대한 공적자금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투입시기는 11월초이며 규모는 적게 잡아도 5조원은 족히 될 것이란 전망
이다.

이상한 것은 국민들의 반응이다.

지금까지 51조1천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부실금융기관에 투입됐고 추가로
수조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데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공적자금 투입에 반대하기라도 하면 "역적"으로 몰릴 듯한 분위기다.

"11월 금융대란설"이 확산될 정도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어쩔수 없는 조치라는데 "세뇌"된 탓일까.

정부의 끈질긴 "인내"는 이런 점에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지난 7월19일 대우그룹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부터 해결방안은 정해져
있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국민들도 나라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미워도 다시 한번" 참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공적자금을 거론하면 금융시장을 쓸데없이 불안하게 한다며 험한 표정을
지었다.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채 다섯차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주가하락 금리상승등 금융시장에 나타난 현상으로 볼 때 이런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정부의 실패"가 결과한 그동안의 주가하락(22.8%)으로 무려 48조원(싯가
총액 감소액)이 허공속으로 날아갔다.

회사채수익률은 한때 10.82%까지 폭등했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하는데 왜 3개월이상을 허비했을까.

공적자금 투입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렸기 때문이다.

여론에 따랐을 뿐이라는 면죄부를 얻기 위해 위기를 조장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적자금만 투입하면 대우문제와 투자신탁(운용)문제가
말끔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이다.

공적자금 투입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3개월 늦게 시작하면서 더이상의 문제는 없다고 강조하는 것은 정책신뢰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지난 7~8월에는 공적자금 얘기가 나오면 주가가 폭등했으나 이제는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홍찬선 증권부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