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이 주식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3개월이상 하락세를 지속하며 800선에 근접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뚜렷한 장세관을 정립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자금력과 주식을 갖고
있는 "큰손"이다.

그들이 자신을 잃고 있다는 것은 주가가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시장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갖고 적극적으로 매수하기 전까지는
현금비중을 높이는 방어투자가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 연말 종합주가지수 전망 =한경펀드매니저클럽에 가입해 있는 펀드매니저
들이 그리는 연말장세도 그다지 밝지 않다.

대우문제와 투신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조정국면이 이어지다 11월
중하순이후부터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상승폭에 대해선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연말까지 종합주가지수 고점을 950선으로 낮춰잡고 있다.

1,000을 거론하는 매니저는 그다지 없으며 일부에서는 900선을 돌파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저점은 750이 제시되고 있다.

밝게 보는 매니저는 800을 제시하지만 악재를 중시하는 매니저는 700선을
거론하기도 한다.

미국의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가 9,000 밑으로 떨어질 때는 일시적으로 680
아래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 예상되는 증시재료 =당장은 호재보다 악재가 많은 실정이다.

해외요인으로는 미국주가 약세가능성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요인으로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악재다.

기업들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밑으로 낮추기 위해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유상증자물량이 확정된 것만 4조원이나 되며 앞으로의 것을 감안하면
6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가스공사 등의 공개와 담배인삼공사의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
(9억5천만달러) 등도 예정돼 있다(김기환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이사).

반면 주식을 사려는 곳이 거의 없다.

10월들어 외국인이 6천억원 가량의 순매수를 보였으나 기관들은 매도우위를
보였다.

지난 5~7월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며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투신사들은 "팔자"
로 기울어 있다.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유입이 중단되고 미미하지만 환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식을 많이 팔았던 은행은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사기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이사)이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Y2K 문제"와 관련된 외국인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박경민 SEI에셋자산운용 상무).

대우문제가 예상외로 3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자금이 단기부동화되고 손실
규모를 크게 했다는 점(강신우 현대투신운용 수석펀드매니저)도 가세한다.

내년초부터 통화긴축정책이 시행될 것이라는 부담감도 작용하고 있다.

<> 유망업종.종목 =시장이 약세를 나타내더라도 틈새시장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때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상승률을 나타낼 업종.
종목으로는 대우채권이 적은 증권.은행주(김영수 동양오리온투자신탁
주식운용1팀장)와 국제경쟁력이 있는 경기관련주(박경민 상무), 구조조정에
성공한 실적우량주(김석규 이사) 등이 꼽혔다.

< 홍찬선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