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 현대사에서 그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의 공과를 두고 아직 논란이 분분하지만 새 천년을 앞둔 지금 지난 과거를
돌아보고 교훈을 찾는 것은 분명히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10.26사태 20주기를 맞아 KBS1TV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박정희를
탐구하는 3부작 다큐멘터리(허진.김형석 연출, 오후 10시)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박정희라는 인물을 통해 그 당시 시대상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제1부 "예정된 선택, 쿠데타"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서 5.16 쿠데타의
주역으로 등장하기까지 박정희의 극적인 인생에 초점을 맞춘다.

제작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이루는 세가지 사건에 주목한다.

첫째는 대구사범학교 졸업후 3년동안 교사 생활을 하던 그가 지난 40년 돌연
만주로 떠나 군인이 된 일이다.

나이까지 속여가며 만주군관학교 2기생으로 입학한 박정희.

프로그램은 그가 왜 그토록 군인이 되려 했는지 추적한다.

둘째는 지난 48년 여순반란사건 이후 좌익세력을 몰아내는 대대적인
숙군작업에서 반란장교 명단에 그의 이름이 들어있었던 일.

끊임없이 박정희를 괴롭혔던 좌익 전력의 굴레는 과연 진실인지 당시
주변상황과 증언을 통해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10년의 모의끝에 실행에 옮긴 5.16쿠데타의 성공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제2부 "대한민국 주식회사"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박정희식 경제개발을
조망한다.

저임금 노동력과 한국에 유리했던 국제환경이 그의 밀어붙이기식 경제정책과
결합, 유례없는 고성장을 이끌어낸 과정을 살펴보고 그 후유증을 짚어본다.

이어지는 제3부 "유신공화국"은 10월 유신이후 민심의 급격한 이반과
정권의 최후를 다룬다.

이번 다큐시리즈에서는 그동안 좀처럼 입을 열지않던 김계원 10.26 당시
비서실장의 인터뷰, 5.16에 대한 김종필 총리의 언급 등이 새롭게 소개된다.

또 삽교천 준공식 행사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KBS당진송신소 준공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는 화면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지금까지는 삽교천 행사가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행사로 알려졌었다.

허진PD는 "우리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박정희라는 인물을 20세기가 저물기
전에 종합적으로 정리해본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