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의 글로벌화로 인해 이제 어느 분야에서나
글로벌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한국은 과연 이러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한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스페셜리스트) 보다는
모든 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한 제너럴리스트가 보다 대접받고 성공하는
구조이다.

일반 기업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관리자가 되지 않으면 적절한 대우도 받지
못할뿐 아니라 심지어 그 능력을 의심받는 구조이다.

부장 임원으로 승진해야만 대우를 받고 이러한 직급이 되면 당연히 일정
규모의 조직의 관리자 역할을 맡아야만 한다.

이러한 풍토에서 정보통신이나 하이테크 분야의 엔지니어들 조차도
자연스럽게 관리자가 된다.

이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그에 걸맞는 직책을 갖길 원하기도 할 뿐더러
남을 관리하는 자리가 되어야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구조때문이다.

정부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순환 보직 제도를 통해 보다 많은 분야를 두루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만 승진할 수 있는 구조이며 한 분야의 전문가로 남는 것은 오히려
무능력한 사람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심지어 한자리를 오래 지키는 것이 부패의 고리가 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순환 보직을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다 보니 특히 첨예한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국제 통상문제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식과 정보를 문서화하고 이를 공유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는 않는
것과 맞물려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고 또 더욱 많이 육성해야만 한다.

우리도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전문인력들이 자신의 길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분야에만 전념해도 대접받을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 주어야만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핵심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
이 보다 많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