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프로스트 < 브리티시콜롬비아대 교수 >

공기업의 수석 프로젝트 관리자로 일하는 마이클은 10년 가까이 성공적으로
일해왔다.

24명의 기술자로 구성된 그의 팀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했다.

그러나 임원회의에서 깐깐한 최고경영자를 영입하게 되자 모든 것이 변했다.

마이클이 소속된 팀은 그로부터 직접적인 보고와 통제를 받게 됐다.

그는 모든 사람들을 좌지우지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이유없이 흠을 잡았으며
사업계획을 바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축되고 배신감마저 느끼게 됐다.

여기저기 다니며 수군거렸고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이클은 신임 최고경영자와 동료들 사이의 문제에 개입했다.

우선 그는 동료들에게 좌절감을 표출시키도록 했다.

또 최고경영자가 동료를 질책하면 그들을 옹호하고 나섰다.

반면 표면상 불합리한 지시라도 동료들을 다독거리며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라. 그것이 조직의 고통을 흡수하고 완화시키는
일이다"

임원회의에서 최고경영자를 해고할 때까지 3년동안 그 일을 해낸 마이클이
얻은 경험이었다.

이처럼 조직생활의 비애, 좌절감, 분노를 해결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떠맡는
마이클과 같은 관리자를 TH(Toxic Handler)라고 부른다.

조직내 유해요소인 정서적인 고통을 처리해주는 관리자라는 뜻이다.

이들은 성질이 고약한 상관이나 해고위협으로 종업원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경우 이를 치료하며 조직을 순조롭게 움직이도록 만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TH의 전략적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지식이 주도하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기업의 성공은 총명하고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직원에서 나온다.

조직에 역기능이 초래되는 경우 훌륭한 아이디어는 고갈된다.

TH의 기여도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조직의 효율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원을 무시하는 것이다.

TH들도 조직의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희생을 치르게 된다.

따라서 회사로서는 TH들의 지위와 역할, 그리고 한계를 인정하고 이들을
적절히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TH의 업무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기업도 능력있는 직원을 극도의 피로감에 빠지도록 나둬서는 안된다.

또 TH들의 모임을 만들어준다.

경영진은 TH가 한 자리에 모여 긴장을 풀고 생기를 되찾도록 훈련받은
전문가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도록 주선함으로써 TH가 치르는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TH가 자신들이 하는 일에서 받는 압박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전문치료사를 보내 신체적 정신적 적신호를 일깨워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TH를 "안전지대"로 옮긴다.

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것이다.

TH를 2주간 해외 워크숍에 보내 심신을 회복시키게 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TH는 관심과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직원의 건강은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TH로 하여금 그들이 좋은 회사에 있다는 것을 알도록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 정리=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