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 다시 짜자] 제1부 : (4) '소프트웨어 개선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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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경쟁력 4년 연속 추락"
지난 4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내놓은 "99년도 세계경쟁력 연감"
에서 내놓은 평가다.
연감에 따르면 전세계 47개국중 한국의 경쟁력은 지난해(35위)보다 3단계
하락한 38위에 그쳤다.
태국(34위)이나 브라질(35위) 보다도 낮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간 이후 개혁을 한다고 온 나라가 요란을
떨었는데 왜 이런 평가가 나왔을까.
IMD의 한국부문 연구책임자인 경기중소기업진흥공단 정진호 박사의 설명은
간단하다.
"과거의 잘못된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전혀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법률, 제도 등 하드웨어적인 개혁에만 매달리다보니 관행, 의식같은
소프트웨어적 개혁은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개혁이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어떤 것들일까.
첫째 꼽히는게 "관치경제"다.
IMD도 "한국은 IMF 체제를 겪으면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강화됐다"며 정부의
시장개입부문 경쟁력을 조사대상국중 "꼴찌"(47위)로 평가했다.
DJ 노믹스의 모토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무색케 하는
평가다.
그중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관치금융이다.
자유기업센터의 최승노 박사는 관치금융을 이렇게 설명한다.
"산업정책에 맞추어 인위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관치금융은 과거 경제성장
의 기본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성장해야 하니까
자금을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게 됐다. 특정 분야에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은행은 부실해질 수 있으므로 예금자가 외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관치금융은 아직도 위세를 부리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벤처기업 지원이 좋은 예다.
대통령이 "벤처기업을 육성하라"고 지시하니 당국자들의 머리에서 나온
결과물은 "돈부터 풀자"는 것이다.
올해만도 3조8천억원의 벤처육성자금을 책정하고 금융기관에 "벤처는
무조건 지원하라"고 채근한다.
그 결과 한때 목욕탕에서 벤처자금을 받아가는 식의 웃어넘기지 못할 희극도
벌어졌다.
이런 관치금융을 청산하려면 무엇보다 책임경영 체제와 주주들에 의한
경영감시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이를 대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치금융은 영원히
척결되기 어렵다.(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
관료사회의 작동시스템은 오히려 더 비효율화됐다.
"환란재판이 공무원들에게 준 교훈은 "근거서류를 남겨야 한다"는 면피의식
뿐"이라고 한 관리는 토로한다.
"정부 기관간 문서처리 건수가 IMF체제 이전보다 40%정도 늘어났다"는
세종로 문서교환센터 직원의 증언이 이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얼마전에는 행정자치부의 한 공무원이 공직사회의 그릇된 풍토를 신랄하게
비판한 "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됐다.
지연.학연이 지배하는 인사, 낭비적 형식주의, 출세 제일주의, 보신
지상주의 등이 그가 겪은 공직사회의 분위기다.
"좋은 보직을 받고 전문가로 평가받으려면 <>고향보험 <>동창보험 <>동기
보험 등 각종 보험을 동원해야 한다"는 이 관료의 말에는 단순한 자조 이상
의 고백이 담겨 있다.
부처간의 할거주의도 심화됐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대우사태 초기 처리과정에서 겪었던 고충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상황을 파악에 필요한 정보는 모두 금감위가 쥐고 찔끔찔끔 던져 줬다.
할수없이 인맥을 동원해야 자료를 얻어볼 수 있었다"
이러다보니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자동차나 대우사태 처리과정이 이를 보여 준다.
한보나 기아사태 때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원칙이 없기는 ''오십보 백보''다.
기아사태때 "국민기업" 논리에 휘둘렸듯이 삼성차는 "부산 정서" 달래기에
전전긍긍이다.
대우를 놓고는 문제해결의 주체가 대우인지, 채권단인지, 정부인지 도통
불투명하다.
기업들의 소프트웨어도 후진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내 관료주의"는 요즘처럼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대에는
최악의 "대기업병"이다.
한때 일본 2위의 자동차업체였던 닛산이 프랑스 르노에 넘어가는 몰락을
겪은 것도 뿌리깊은 관료주의가 원인이었다.
이 점에서 한국기업들은 닛산보다 한술 더뜨면 더떴지 결코 못하지 않다.
얼마전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빅딜협상이 지체된 이유에 대해 "기업내
관료주의가 문제였다"고 풀이했다.
실무자들이 협상진행 사항을 시시콜콜 상부에 보고하느라 진척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점에서 "기업내 관료주의부터 몰아내라"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의 방한 일성은 한국기업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온다.
웰치 회장 자신이 관료주의의 "천적"이다.
GE에서는 비서에서 운전기사, 그리고 공장노무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들
이 웰치 회장을 "잭"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회사를 "비공식적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명령계통이란 아예 없고 계층을 넘어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보상체계도 거대기업에서의 업무보상방식이 아니라 벤처기업에서처럼
철저히 성과에 따른다.
금융기관의 소프트웨어 역시 낙후돼 있다.
IMD는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신금융기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정부
의 시장개입"과 마찬가지로 47위에 올려 놓았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1인당 영업이익은 외국계 은행의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생산성이 낮을뿐 아니라 대고객 서비스도 구태를 못벗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택하고 있는 "일부상환 조건부 기한연장 관행"은 그
한 예다.
1천만원을 대출받은 경우 1년 뒤 원금의 20% 정도를 상환해야만 대출을
연장해 주는 식이다.
고객의 신용도에 아무 변화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한국은 아직도 정부, 기업, 금융 등 각 부문이 소프트웨어 면에서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개혁을 이루려면 눈길을 소프트웨어에 돌려야 한다"(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
지난 4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내놓은 "99년도 세계경쟁력 연감"
에서 내놓은 평가다.
연감에 따르면 전세계 47개국중 한국의 경쟁력은 지난해(35위)보다 3단계
하락한 38위에 그쳤다.
태국(34위)이나 브라질(35위) 보다도 낮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간 이후 개혁을 한다고 온 나라가 요란을
떨었는데 왜 이런 평가가 나왔을까.
IMD의 한국부문 연구책임자인 경기중소기업진흥공단 정진호 박사의 설명은
간단하다.
"과거의 잘못된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전혀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법률, 제도 등 하드웨어적인 개혁에만 매달리다보니 관행, 의식같은
소프트웨어적 개혁은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개혁이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어떤 것들일까.
첫째 꼽히는게 "관치경제"다.
IMD도 "한국은 IMF 체제를 겪으면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강화됐다"며 정부의
시장개입부문 경쟁력을 조사대상국중 "꼴찌"(47위)로 평가했다.
DJ 노믹스의 모토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무색케 하는
평가다.
그중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관치금융이다.
자유기업센터의 최승노 박사는 관치금융을 이렇게 설명한다.
"산업정책에 맞추어 인위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관치금융은 과거 경제성장
의 기본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성장해야 하니까
자금을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게 됐다. 특정 분야에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은행은 부실해질 수 있으므로 예금자가 외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관치금융은 아직도 위세를 부리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벤처기업 지원이 좋은 예다.
대통령이 "벤처기업을 육성하라"고 지시하니 당국자들의 머리에서 나온
결과물은 "돈부터 풀자"는 것이다.
올해만도 3조8천억원의 벤처육성자금을 책정하고 금융기관에 "벤처는
무조건 지원하라"고 채근한다.
그 결과 한때 목욕탕에서 벤처자금을 받아가는 식의 웃어넘기지 못할 희극도
벌어졌다.
이런 관치금융을 청산하려면 무엇보다 책임경영 체제와 주주들에 의한
경영감시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이를 대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치금융은 영원히
척결되기 어렵다.(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
관료사회의 작동시스템은 오히려 더 비효율화됐다.
"환란재판이 공무원들에게 준 교훈은 "근거서류를 남겨야 한다"는 면피의식
뿐"이라고 한 관리는 토로한다.
"정부 기관간 문서처리 건수가 IMF체제 이전보다 40%정도 늘어났다"는
세종로 문서교환센터 직원의 증언이 이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얼마전에는 행정자치부의 한 공무원이 공직사회의 그릇된 풍토를 신랄하게
비판한 "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됐다.
지연.학연이 지배하는 인사, 낭비적 형식주의, 출세 제일주의, 보신
지상주의 등이 그가 겪은 공직사회의 분위기다.
"좋은 보직을 받고 전문가로 평가받으려면 <>고향보험 <>동창보험 <>동기
보험 등 각종 보험을 동원해야 한다"는 이 관료의 말에는 단순한 자조 이상
의 고백이 담겨 있다.
부처간의 할거주의도 심화됐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대우사태 초기 처리과정에서 겪었던 고충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상황을 파악에 필요한 정보는 모두 금감위가 쥐고 찔끔찔끔 던져 줬다.
할수없이 인맥을 동원해야 자료를 얻어볼 수 있었다"
이러다보니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자동차나 대우사태 처리과정이 이를 보여 준다.
한보나 기아사태 때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원칙이 없기는 ''오십보 백보''다.
기아사태때 "국민기업" 논리에 휘둘렸듯이 삼성차는 "부산 정서" 달래기에
전전긍긍이다.
대우를 놓고는 문제해결의 주체가 대우인지, 채권단인지, 정부인지 도통
불투명하다.
기업들의 소프트웨어도 후진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내 관료주의"는 요즘처럼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대에는
최악의 "대기업병"이다.
한때 일본 2위의 자동차업체였던 닛산이 프랑스 르노에 넘어가는 몰락을
겪은 것도 뿌리깊은 관료주의가 원인이었다.
이 점에서 한국기업들은 닛산보다 한술 더뜨면 더떴지 결코 못하지 않다.
얼마전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빅딜협상이 지체된 이유에 대해 "기업내
관료주의가 문제였다"고 풀이했다.
실무자들이 협상진행 사항을 시시콜콜 상부에 보고하느라 진척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점에서 "기업내 관료주의부터 몰아내라"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의 방한 일성은 한국기업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온다.
웰치 회장 자신이 관료주의의 "천적"이다.
GE에서는 비서에서 운전기사, 그리고 공장노무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들
이 웰치 회장을 "잭"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회사를 "비공식적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명령계통이란 아예 없고 계층을 넘어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보상체계도 거대기업에서의 업무보상방식이 아니라 벤처기업에서처럼
철저히 성과에 따른다.
금융기관의 소프트웨어 역시 낙후돼 있다.
IMD는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신금융기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정부
의 시장개입"과 마찬가지로 47위에 올려 놓았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1인당 영업이익은 외국계 은행의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생산성이 낮을뿐 아니라 대고객 서비스도 구태를 못벗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택하고 있는 "일부상환 조건부 기한연장 관행"은 그
한 예다.
1천만원을 대출받은 경우 1년 뒤 원금의 20% 정도를 상환해야만 대출을
연장해 주는 식이다.
고객의 신용도에 아무 변화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한국은 아직도 정부, 기업, 금융 등 각 부문이 소프트웨어 면에서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개혁을 이루려면 눈길을 소프트웨어에 돌려야 한다"(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