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기획팀에서 근무하는 K과장은 인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회사 인사원칙에 따라 성격이 비슷한 직무를 스스로 골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K과장은 근무성적이 뛰어나 다른 직종의 업무도 고를 수 있는 입장.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동료들보다 고민은 더 많다.

K과장은 자신의 미래나 과거 직무경력에 비춰 최선으로 여겨지는 전략기획
업무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K과장은 4~5년후 다시 비슷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는 자연스럽게 인사나 전략기획 전문가로 양성된다.

국내 관행상 파격으로 여겨질 이런 내용의 기업인사가 곧 선뵐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가 내년초 실시를 목표로 추진중인 경력개발제도(CDP, Career
Development Program)가 바로 그것이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보다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육성".

경력개발제도가 지향하는 목표다.

현대자동차는 대상을 생산직을 제외한 사무기술계열과 연구계열 40개 직종,
2백50개 직무로 정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직원들은 유사 부서로만 이동이 가능토록 제도화해 전문성
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마케팅에서 인사,다시 수출부서로 럭비공 튀듯하던 기존의
인사관행은 더이상 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다만 업무수행 능력이 탁월한 직원에 한해 다른 직종으로의
이동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직원들 입장에서 경력개발제도는 전문가가 빨리 되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다.

금융회계 직종을 선택했다고 치자.

그러면 일반회계 원가회계 원가기획 세무회계 등만 맡게 된다.

여기 저기를 전전한 다른 기업의 회계담당자보다 전문성이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인적자원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다.

따라서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돕는 이 제도는 기업의 경쟁력으로도
연결된다.

경력개발제도가 기존 인사관행에 혁신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기업들은 인사에서도 지각이동에 가까운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