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크로드서 테크로드까지 ]

"실크로드(silk-road)에서 테크로드(tech-road)로"

실크로드는 먼 옛날 동서양을 연결하며 인류문명사에 새장을 연 길,
테크로드는 뉴 밀레니엄 시대로 통하는 길이다.

그러나 실크로드는 테크로드에 비길 것이 못된다.

실크로드가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을 잇는 역할을 했다면 테크로드는 과거와의
단절을 전제로 한다.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날로그의 시대다.

새로운 시대는 디지털로 특징지어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패러다임이 지배
하는 세상이다.

테크로드의 안내자는 인터넷.

실크로드 시대에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고 했지만 테크로드에서는 모든
길은 "www(world wide web)"로 연결된다.

신문명을 이루는 요소는 단 두개의 숫자.

0과 1이다.

디지털 세상이다.

모든 것은 광속으로 움직인다.

험준한 산도 깊은 강도 앞을 막지 못한다.

국경도 없다.

정보는 온 세상이 공유한다.

지구곳곳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급속히 번지고 있는 전자상거래가 단적인 예다.

단 한번의 클릭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쇼핑센터를 눈앞으로 가져다 준다.

모든 상점이 컴퓨터안에 가게를 차린다.

세계 최대의 쇼핑몰은 인터넷가인 셈이다.

은행도 회사도 컴퓨터안에 있다.

상담과 결제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네트워크는 단순한 연결도구가 아니라 생존의 기본 틀인 셈이다.

변화의 물결은 세차다.

일본 후지쓰는 내년초 "앳니프티"라는 인터넷 서비스회사를 설립한다.

앳니프티는 수백만명이 부디끼며 살아가는 가상도시.

이 안에서 주식과 은행거래 쇼핑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일본 최초의 인터넷은행을 열기로 사쿠라은행과 합의했다.

미국은 일본 보다 한발 더 나가 있다.

아메리카온라인(AOL) 아마존 등이 인터넷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지난 95년부터 해마다 평균 1백74.5%씩 성장했다.

규모가 벌써 3천억달러에 이른다.

통신이나 자동차산업과 맞먹는 크기다.

"앞으로 5년내에 모든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하는 전자상거래업체가
돼 있을 것"(앤드류 그로브 인텔 회장)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자상거래는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카운티는 최근 물자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조달하기
시작했다.

한해 구매비용만 6억5천만달러에 달하고 거래회사만 2만5천개가 넘는다.

전자상거래 시행 몇개월만에 카운티는 수백만달러의 예산을 절약했다.

시행 1년뒤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중앙창고는 폐쇄하고 모든 물자는 온라인으로 조달한다"고.

관료주의의 본산인 관공서들도 경제 마인드로 무장한 것이다.

기업들은 더 적극적이다.

네트워크가 아니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예가 CALS다.

CALS는 일종의 기업간 전자상거래다.

예컨대 완성차를 제조하는 업체와 부품업체가 네트워크를 구성해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작업을 벌이는 것.

물론 부품의 공급요청과 결제 등도 모두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니까 전자상거래 공동체쯤 된다고 보면 맞다.

네트워크가 기업들을 공동운명체로 묶어버리는 것이다.

그로브 인텔 회장은 다가올 세상을 "정신도 물질도 아닌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계"라고 예측했다.

그의 말은 뉴 밀레니엄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