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종이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을 실현시킬까.

20여년 전부터 많은 미래학자들과 미디어 학자들은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사무실에서 종이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해 왔다.

저명한 미디어 학자인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1964년)라는 책
첫장에 "구텐베르크여 안녕(Good-bye to Gutenberg)"이라는 표현까지 사용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종이 사용량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종이소비 이론연구단체 국제환경발전기구"(www.oneworld.org/iied) 조사
에서 지난 25년간 신문 잡지의 종이 소비량은 20% 늘어난데 비해 컴퓨터
사용이 많은 사무실 종이소비량은 6백%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확산된 최근 5년간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모니터보다는 종이로 출력해 보는게 편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무실은 늘 복사용지가 부족하다.

종이를 절약하기 위해 이면지를 사용하지만 정보 유출과 업무 혼란 등
부작용이 더 심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전직원이 연간 사용하는 문서를 쌓으면 26층 사옥의
1백50배나 된다며 "종이줄이기 캠페인"에 나섰다.

그래도 많은 IT 전문가들은 종이소비량 증가를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기존 세대들의 "종이 중독증"이 사라지면서 결국 종이 소비는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종이없는 사무실"은 이상론이며 종이가 여전히 컴퓨터 데이터를 저장하는
가장 유망한 매체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