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 많던 386, 486기종의 컴퓨터가 지금은
"한물 갔다"는 이미지를 줄 뿐이다.

미 인텔사의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는 반도체 칩의 밀도가 2년마다 두배씩
증가하지만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지난65년 내다봤다.

이 말은 "무어의 법칙"으로 회자된다.

이 법칙속의 "2년"이 언제부터인가 "18개월"로 바뀌어 인용된다.

기술의 발전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역사가들이 훗날 20세기를 어떻게 자리매김 할지 알 수없지만 이번 세기는
"과학기술의 세기"라는 시각이 있다.

20세기에 인류가 두차례 세계대전으로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핵공포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전쟁의 세기"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생태계의 앞날이 염려돼 "지구 수난의 세기"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 이 가져다준 엄청난 혜택과 영향을 감안하면 "과학기술의
세기"가 더 적절하다.

식량증산을 가져온 농업혁명은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켰다.

보건의료의 개선은 질병퇴치와 인간수명을 연장시켰다.

에너지 자원 신소재 전자 분야의 발전은 물질적 풍요에 기여했다.

지금 유전공학은 생명을 조작해내는 단계를 넘어선 것같고, 우주과학은
인간의 인식범위를 은하계밖으로 확장시켰다.

인터넷은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기조차 힘들게 한다.

이같은 "과학기술 혁명"을 뒷받침해온 축은 대학 기업 연구소 크게 3곳이다.

산업혁명이후 얼마간은 개인발명가의 역할이 컸지만 과학기술이 점차 첨단,
복잡, 거대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그룹이나 집단연구가 요구됐다.

그래서 공학 이학 의학 농학분야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교육 못지않게 실험과
연구를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브레인 21사업"은 이를 잘 반영한다.

엊그제 서울공대 실험실에서 실험하던 학생이 죽고 다치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유감스럽게도 "안전의식부족"도 한몫 한것 같다.

하지만 이 사고가 연구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대학의 실험연구환경 개선에 정부가 나서야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