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3일 "국민들이 피곤하고 고통스럽다 말한다고 그런 여론에
영합한다면 우리의 앞날은 없으며 확고한 자세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최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혁 속도조절론"에 일침을 가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만섭 총재권한대행과 당 8역으로부터
주례 당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개혁은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일이기에
항상 피로와 고통이 따르며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 없이는 잘못된 관행을
치유할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요즈음 우리나라가 위기를 조금 벗어나면서부터 개혁에
대한태도가 느슨해지고, 열정이 시들해지고 있다고 외국인들이 지적하고
있다"며 "재벌개혁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태도가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확고한 개혁철학으로
무장할 것을 주문했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강한 톤으로 개혁 속도조절론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종찬 부총재의 최근 "안정론" 발언이 자칫 현 정부의 개혁의지 퇴색으로
비쳐질 경우 현재 진행중인 재벌개혁 등 각종 개혁정책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또 신당 창당과 관련,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생산적
복지를 신당의 지도이념으로 삼겠다"며 "신당은 각분야 전문인 정치인
시민단체인사 등으로 인적구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21세기는 지식과 문화창조력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므로
정치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 국회의원 선거법을 고치지 못하면
망국적 지역감정을 고칠 수 없게 된다"며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
대표제 등 자민련과 합의안을 바탕으로 구국적 차원에서 협상에 임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내년 총선의 공천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국회에서 일
잘하고 유권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의원들은 반드시 공천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김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밝힌 모든 정책과 약속은 내년도
예산에 완전히 반영돼 있다"면서 "지방재정확충을 위해 지방교부세율 (현행
13.27%)을 15%로 높이도록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