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명세 ]

<> 설계 : 정림종합건축건축사사무소
<> 시공 : (주) 대우
<> 규모 : 건축면적 - 402.91평방미터, 연면적 - 8527평방미터,
대지면적 - 694.4평방미터, 층수 - 지하6층, 지상 15층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187의 1외 10필지
<> 공사기간 : 1995.11~1998.7
<> 구조설계 : 센구조
<> 건축주 : 정림종합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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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건축빌딩은 소박하다.

간결한 외형 디자인엔 정갈한 느낌이 묻어난다.

외형을 요란하게 치장한 주변 건물들과 달리 차분하게 자기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림건축빌딩은 서울 동숭동 대학로가 시작되는 이화동사거리에 있다.

앞쪽엔 북악산과 낙산, 대학로, 창덕궁, 경복궁이 굽어보이는 멋진 경관이
펼쳐져 있다.

이 건물은 좁은 부지에 들어섰지만 단아한 모습으로 번잡한 사거리를 향해
활짝 열려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에게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전면을 푸른색 복층유리로 처리해 개방성을 크게 높였다.

이로인해 북측에 펼쳐진 아름다운 전경이 남김없이 안쪽으로 들어온다.

이 건물은 대학로의 지역여건에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건축가는 주변건물의 강한 장식성을 피하면서도 기존 문화공간과 인근
빌딩들을 압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건물에 독창성을 부여하려했다.

건축가가 이같이 상반된 목표를 건축설계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않다.

그러나 이 건물은 이를 무난히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림건축빌딩은 장방형 수직박스에 반원통을 첨가한 것이 기본형상이다.

전면의 반원형 디자인은 건물 앞쪽 대학로변에 있는 건물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도입한 요소다.

이로인해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효과도 얻었다.

건물의 뒷부분은 앞면의 원형디지인과 달리 평면형태의 다면체로 구성했다.

이는 뒷편 건물 대부분 정방형 건물로 이뤄져 이에 대한 조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둥근 표면엔 수직으로 알루미늄패널을 뽑아올려 전면원형의 단순함을
극복했다.

이로인해 건물의 시각적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같은 전체적 형상으로 인해 이 건물은 교차로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입면 외벽재료는 유리 알루미늄 외장타일 등으로 단순하게 구성됐다.

북서측 곡면은 복층유리로 된 커튼월(간이벽)로 처리했다.

이로인해 밖에서도 내부가 보이고 안에서도 외부를 볼 수 있어 내외부의
교감성이 높아졌다.

현관에서 들어가는 로비는 층고를 크게 높여 작은 바닥면적에도 불구하고
개방감이 강하게 드러난다.

또 입구측 안내데스크와 최상층 로비에서 11층으로 연결되는 유리난간
철제계단도 상큼한 느낌을 주는 악센트다.

유리로 처리된 계단난간은 위층과의 영역구분을 희석시켜 공간통합성과
기능적 연계성을 보여준다.

이 건물에서는 또하나 색다른 공간처리를 볼 수 있다.

흔히 북쪽이나 서쪽에 두는 계단실을 남쪽에 배치한 것이다.

이로인해 다른 건물에서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계단실이 생동감있는 공간으로
살아났다.

이용자들에게는 아담한 휴게실을 기능도 한다.

건물을 한바퀴 돌아보면 다양한 입면의 조형성이 아름답다.

특히 남서측 양측에 수직배열된 외장타일과 수평창의 기하학적 조화는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정림건축빌딩의 내부공간중엔 설계작업을 하는 공간을 독특하게 처리한
점이 눈에 띈다.

천정벽을 설치하지 않고 시멘트벽을 그대로 노출시켜 예술작업을 하는
"공방"느낌이 나도록 했다.

천장에는 각종 배관덕트나 형광등 전선 등도 장식없이 드러나 있다. .

치장없이 드러난 이들 설비요소와 노출콘크리트는 가식없는 원초적 아름다움
을 보여준다.

지상1층 동축 주출입구의 중앙에 배치한 십자형 기둥도 주목되는 조형
요소다.

지금까지 건축에선 출입구 머리맡에 기둥을 설치하는 것을 피해왔다.

그러나 이 빌딩에서는 이런금기를 파괴했다.

전면입구 중앙의 커다란 기둥은 텅빈 공간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임원실이 위치한 11~12층도 재미있다.

넓지않은 평면임에도 남동측의 두개층을 뚫어 시원한 조망권을 확보하고
넓은 공간감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공간합리성의 무시된것 같다.

이 같은 공간합리성의 무시는 방문자들을 유쾌하게 한다.

포스코센터와 같은 큰 건물에서는 복층형 로비가 고층부에 만들어져 있지만
정림건축빌딩과 같은 작은 건물에서 이같은 시도를 했다는 것은 의외다.

이 건물 옥상부의 조경공간도 깔끔하다.

조경의 세련성도 돋보이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마치 도심속의 쌈지공원과 같다.

정림건축빌딩은 특별히 눈에 띄는 건물은 아니다.

담백하고 은은한 느낌은 전해주는 무채색 건물이다.

대학로라는 지역환경과의 조화가 돋보이고 나름대로의 정체성도 갖고 있는
멋진 건물이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