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적자가 세계경제의 현안이 되고 있다.

미무역적자 급증은 세계경제에 좋을 게 없다.

물론 미무역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신흥시장등 세계의 경기회복을
촉진시키는 측면이 있긴 하다.

적자확대는 곧 다른 나라들의 대미 수출증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미무역적자는 세계경제에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우선 미국내에서 보호주의가 득세하면서 국제 통상마찰이 심화된다.

또 미국경제는 달러가치 하락과 그에따른 물가불안, 금융시장약세로 크게
휘청거릴 우려가 있다.

최악의 경우엔 미국에서 "외국자본탈출" 상황이 발생, 미국에서도 외환위기
가 터질수 있다.


<>통상압력강화 =불을 보듯 훤하다.

클린턴행정부는 최근 의회와 업계의 국내산업 보호장벽 설치요구를 가까스로
무마했다.

특히 수입쿼터제를 실시해 철강수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철강업계와 의회의
강한 압력을 자유무역논리로 피해나갔다.

그러나 무역적자 급증으로 클린턴행정부가 설 땅이 좁아졌다.

벌써 의회는 무역적자급증 사실이 발표된 19일 행정부에 비상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클린턴정부는 외국시장개방확대에 정책비중을 더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흑자폭이 큰 일본 중국 유럽연합(EU)은 미국의 해외시장개방 압력의
주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이들간의 무역마찰 심화는 당연한 귀결이다.

마찰격화는 교역분위기를 해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경기 둔화 =지난 6월의 무역적자 급증으로 2.4분기 성장률의 하향수정
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2.3%로 임시집계된 성장률은 이달말 2%이하로 수정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 1.2%로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더러 있다.

1%대의 성장률은 미국경제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충격이 없는 연착륙(소프트랜딩)이 아니라 충격이 큰 경착륙(하드랜딩)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역적자급증은 달러가 외국인 손에 많이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은 미달러를 자국통화로 바꾸기 위해 달러를 매각하게 되고 이는
적자확대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과 맞물려 달러가치의 급락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폴 크루그먼 MIT경제학교수가 제기한 달러폭락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달러폭락세는 곧장 미국주식과 채권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미국경제는
하루아침에 쑥밭이 될수 있다.

이때 외국자본이 미국에서 대거 이탈, 미국 금융시장은 공황상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최악의 경우이긴 하나 완전히 배제할수도 없는 시나리오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레스터 서로 MIT교수는 얼마전 의회의 무역적자검토
위원회에서 이 최악의 사태를 경고했었다.

또 설사 "무역적자확대-경제성률 급락-달러가치하락-금융시장 혼란"의
사태는 모면한다 해도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금리인상조치다.

연준리(FRB)는 무역적자확대에 따른 달러약세로 수입물가가 상승, 물가불안
이 야기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들의 소비붐도 무역적자확대의 주요인중 하나다.

FRB는 소비열기를 식히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

이 상황 역시 "금리인상-증시하락및 달러약세-성장률둔화"로 이어진다.


<>전망과 대책 =현추세라면 올해 미무역적자는 최대 3천억달러까지 갈 수
있다.

작년(1천6백40억달러)의 약 2배다.

아무리 미국이지만 이같은 무역적자를 감내하기는 어렵다.

대책은 크게 두가지다.

미국이 강한 달러정책을 약간 수정, 달러가치의 점진적인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상품의 수출경쟁력이 커져 적자해소에 도움이 된다.

다른 하나는 대미 무역흑자국들이 자율적으로 지나친 대미수출을 자제하면서
자국시장을 적당히 더 열어주는 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은 일본과 중국 EU가 좀 양보해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월 1백억달러 수준으로 낮춰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정도면 미국도 감내할수 있어 세계경제가 안정성장을 누릴수 있다는
것이다.

< 이정훈 기자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