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대부분 기술개발보다는 서비스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으로부터 선진 기술을 들여와 깜짝 돈벌이에만 급급하지요.
이 와중에 기반기술을 가진 외국 회사들은 힘들이지 않고 두둑한 실속
(로열티)을 챙겨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및 디지털 카메라용 이미지 응용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싸이로직의
이호균(34) 사장.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원천기술에 매달리는
벤처기업인이다.

이미 라이브픽처 애플 등 세계적인 영상 소프트웨어업체와 견줄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 본격적인 시장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장이 개발한 첫 작품은 "파노라마 스티칭 소프트웨어"(제품명
임프레션).

디지털 스티칭(Stitching. 바느질)이란 디지털 카메라나 일반 카메라로
촬영한 여러 장의 사진을 서로 겹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이어붙이는
이미지 합성기술이다.

파노라마 스티칭은 한 장소에서 3백60도 회전하면서 찍은 연속사진을 한
장의 사진으로 펼쳐놓는 것이다.

현재 스티칭 소프트웨어는 라이브픽처사의 포토비스타, 애플사의 퀵타임VR
등 10여개 제품이 나와있다.

이 사장은 임프레션의 성능이 이들보다 앞선다고 자랑한다.

특히 사진마다 서로 다른 각도와 명암 배율 등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능은
임프레션의 독특한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작업속도도 기존 소프트웨어를 훨씬 능가한다.

실제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전경사진 12컷을 펜티엄 PC를 통해 스티칭하는
데 1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1분 가량 소요되는 외국 소프트웨어에 비해 5~6배 빠르다.

카메라 기종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이미지를 인식하며 2백만 픽셀(화소)
이상의 고해상도 이미지도 손쉽게 파노라마 영상으로 재현한다.

인터넷에서 사용하기 쉽도록 이미지 압축률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값은 외국 제품의 60%선에 불과하다.

국내 디지털 카메라 제조업체에 번들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사장은 이달말 임프레션의 응용 프로그램인 W&L(Walk & Look) 스튜디오와
서버를 내놓는다.

지난 6월 특허출원한 W&L 스튜디오는 파노라마 사진 위에서 커서를 움직이면
3차원 그래픽 영상처럼 화면이 입체적으로 이동하는 시스템.

모핑기법(Morphing. 실사 이미지를 디지털 입체영상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활용, 사진 속의 특정 지점을 바라보면서 직접 걸어가는 느낌을 준다.

2차원 실사 화면을 입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셈이다.

W&L 스튜디오는 쇼핑몰 골프장 모델하우스 놀이공원 캠퍼스 등 다양한
사이버 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고 이 사장은 설명한다.

가령 백화점의 주요 이동경로나 매장 앞에서 찍은 파노라마 사진들을
연결하면 실제 백화점과 똑같은 가상 백화점을 꾸밀 수 있다.

아울러 가상현실(VR)를 이용한 다양한 인터넷 영상 소프트웨어들을 단계적
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사장은 서울대 물리학과와 포항공대 대학원을 졸업한 자연과학도.

컴퓨터시뮬레이션을 전공, 영상기술 분야에 대한 탄탄한 기술과 기초지식을
쌓았다.

지난 97년 교육용 하드웨어 개발업체인 ED에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교육용 키트를 개발하면서 인터넷 이미지 기반기술에 눈을 돌렸다.

이 사장은 "라이브픽처사 등을 제치고 영상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으로 올라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힌다.

(02)516-7843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