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54주년을 맞아 음울했던 20세기를 해원하고 새 천년의 희망을
기원하는 춤굿이 덕수궁 밤하늘을 수놓는다.

서울예술단은 가무악 "상생-비나리99"를 14일 덕수궁 중화전 뜨락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역사의 공간을 찾아서".

민족의 비극이 스며 있는 덕수궁을 무대 삼아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극의
굿판을 접고 더불어 함께 사는 해원상생의 기원을 담은 제의를 소리와
몸짓으로 펼친다.

중화전에 해거름이 사위어갈 즈음 1부 "역사의 장"이 열린다.

길군악 소리에 맞춰 역사의 행렬이 시작되고 터닦음을 위한 처용무가
펼쳐진다.

처용춤이 무대를 휘감으며 터를 닦으면 안숙선 명창이 제관으로 나와
발원문과 구음으로 관객을 역사의 현장으로 인도한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에서 광복을 맞이하기까지의 과정, 사분오열된 해방정국과
6.25전쟁 등 가슴 아픈 민족의 수난사가 영상과 군무로 눈앞에 펼쳐진다.

"화합의 장" 2부는 상생을 기원하는 제관의 노랫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광복과 통일의 비원이 담긴 축문이 낭독되고 축문을 불살라 하늘에
날려보낸다.

큰 북의 울림이 밤하늘을 울리면 용과 사자가 밤하늘을 가르며 굿판이
벌어진다.

역사의 공간 중화전 뜨락에서 출연자와 관객이 새 천년의 희망을 기원하며
한데 어우러질 즈음 무대는 막을 내린다.

장수동이 연출을 맡았으며 서울예술단 뮤지컬감독 송용태와 유희성 서한우
등 중량감 있는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02)523-0984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