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빅딜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
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첫째 시장원리에 배치되고, 둘째 과다부채 과잉설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던 점을 들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먼저 빅딜 대상 9개업종이 어떠한 것들이었는지 살펴보자.

이들은 공통적으로 재벌들이 사업의 타당성보다는 경쟁의식 때문에 너도나도
참여해 과잉투자가 초래된 분야다.

과잉투자는 가동률 저하, 과당경쟁을 초래해 해당업체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적자가 누적됐다.

한국이 IMF관리체제에 들어선 이후 재계는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적자누적과
부채 증가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해 있는 사업분야의 구조조정을 중요과제로
인식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과잉.중복투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부 학자들이 주장했듯이 중복.
과잉설비를 물리적으로 해체 또는 폐기시키고 종사인력을 감축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방법이다.

그러나 재계는 관련 업종의 생산설비들이 비교적 최신설비이므로 이를 폐기
하는 것보다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종사인력의 감축에 따른
충격도 최소화하려는 현실적 필요성에서 다른 대안을 모색하게 됐다.

재계가 선택한 대안은 크게 세가지였다.

첫째, 중복투자설비의 관리를 통합.일원화하되 재무적 자산가치를 평가절하
시키고, 자산가치를 초과하는 부채를 합리적 수준까지 축소시켜 부채비율을
개선한 후 외자를 유치하고 새로운 통합경영 주체를 선정하는 방안, 둘째
기업간에 사업을 이전해 중복투자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마지막으로 재벌간
핵심역량분야 중심으로 통합하되, 상호교환방식으로 해결하는 이른바 빅딜
(사업교환)방식 등이었다.

위의 세 방식 모두 과잉설비와 과잉부채 해소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빅딜정책은 일부의 비판과 달리 과잉부채.설비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착실히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빅딜이 정부강압에 이해 추진되었다는 비판도 재계와 정부가 빅딜 추진과정
에서 서로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해소될 수 있다.

빅딜을 처음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재계였으며 대상업종도
전경련의 판단에 의해 결정됐다.

이후 정부는 관계장관들과 재계 총수간 회의에서 사업통합의 확실한 추진을
위해서는 책임있는 경영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러한
의견이 재계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5대 재벌은 스스로 합의한 사업교환계획을 채권은행과의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반영해 정부와 국민에게 그 이행을 확약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른바 빅딜추진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이익을 주거나 손해를
강요하는 식의 개입을 철저히 배격해 해당기업들 스스로가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함으로써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했다.

다만 금융건전성 감독차원에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채권은행과 재벌간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이행과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빅딜이 과연 재벌개혁의 전부인가 하는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빅딜은 재벌개혁의 일부에 불과하며 이는 다음과 같은
점을 보면 명확해진다.

첫째, 재벌개혁은 경영투명성 보장, 상호지급보증 해소, 대주주 법적
책임성 확립, 재무구조 개선, 핵심역량 중심의 계열기업 개편등 광범위한
내용으로 추진됐으며 빅딜은 그 일부에 불과하다.

둘째, 정부는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법률을 제.개정했으며 이는 국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한 것이다.

셋째, 재벌개혁의 내용상 중요성을 갖는 것은 빅딜보다는 재벌그룹 전체의
재무구조 개선, 비주력 계열기업의 정리에 있으며 이는 주채권은행과
재벌간에 맺어진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라 추진되고 그 이행과정이
정기적으로 점검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개혁은 과거의 불합리한 경영관행과
불공정경쟁, 그리고 잘못된 지배구조를 바로 잡아 IMF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재벌개혁의 성공을 위해 정부는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금융기관은
재벌의 구조개선계획 이행을 책임지며 소액주주 등 시민단체가 이를 감시하고
국제금융기관이 주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필자는 재벌개혁의 성공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 성공을
위한 국민들의 격려와 정확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