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남성누드의 등장은 광고계의 새로운 추세다.

한 TV생산업체는 "나는 보고 싶다"는 카피와 함께 신제품을 받쳐든 우람한
남자 나신을 등장시켰다.

신입사원 채용광고에 남자직원들의 반라차림 사진을 등장시켰는가 하면 세계
를 향해 다이빙하는 남성누드를 쓴 그룹도 있다.

서너달 전에는 상반신을 드러낸 인기 가수겸 탤런트가 청바지광고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우리시대의 광고들은 모델을 왜 자꾸 벗기는 것일까.

여성의 성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은 성의 상품화라는 대중문화의 흐름으로
이해한다 해도 남성누드의 등장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IMF체제이후 사회경제적으로 급락한 30, 40대 남성에 대한 "사회적
보상심리"라는 국내학자의 분석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최근 미국 에드 에이지(AD Age) 조사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상품 구매자
의 80%가 여성이다.

또 이런 추세는 전세계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결국 여성의 호감을 사기위해 광고에서 남자의 옷을 벗기는
것이지 남성다움을 과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요즘 30대 남자 5명이 목로주점에서 옷을 홀딱 벗고 술을 마시고 있는 한
소주업체의 광고가 화제가 되고 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남자들의 누드보다는 그 광경을 흘깃쳐다보고 있는 젊은
여인의 호기심어린 표정이 더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다.

광고가 나간 첫날 대부분 "심하다"는 1천여통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떻게 보면 "순수"해 보이기도 하고 달리보면 철없는 실험정신의 발로
같이도 보이는 이 광고가 오는 21일 열리는 한국광고자율심의위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노래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는
점이다.

어는 광고회사의 자사광고에 다음과 같은 시가 실린 적이 있다.

"가리키는 손이 아니라/꽃에 머물게 해야지/광고가 아니라/제품에 멈루게
해야지" "달을 보라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끝은 왜 보나"하는 불경에서
임의지를 따온 것인 모양인데 제품을 알리는데 보다 충실히 하겠다는
뜻인것 같다.

옳은 말이다.

탁튀는 창조성만 강조한 나머지 인간의 소비를 육체와 욕망으로만 연결시키
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달을 보라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끝은 왜보나"하는 불교의 교훈이 생각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