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 한국와인문화연구원장 >

요즘 유럽 각국에선 "프랑스 포도주"로 시끄럽다.

프랑스 남부 보클루즈와 부쉬 뒤론지방의 포도원과 포도주 도매상들이
소의 피 분말 첨가제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소 피 분말은 지난 97년 BSE, 즉 광우병 파동이후 포도주정제때 사용이
금지됐다.

소 피 분말 사용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포도주의 색을 더 붉게 하기 위해서라느니, 숙성을 보다 빨리하기 위해서,
또는 포도주의 점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 등등이 그것이다.

한편으론 "와인 종주국"이란 자부심을 갖고 예술품을 만드는 "장인정신"
으로 빚는다는 포도주에 "웬 소 피?" 하며 원망섞인 지적도 나온다.

소의 피는 원래 포도주 수지(resin)와 불순 미립자를 없애기 위해 사용해
왔다.

또 흐린 색의 와인을 맑은 와인으로 바꿔 주는 역할도 한다.

오늘날엔 빠르고 확실하며 보다 효율적 방법인 매우 작은 "미공의 여과기
(마이크로필터)"를 사용한다.

그러나 지나친 미공여과기의 사용은 포도주의 복합 오묘한 맛과 생명력을
저하시키며 색의 농도를 묽게하는 단점이 있다.

또 버건디 적포도주와 같이 포도주의 신맛과 탄닌맛을 너무 연하게 한다.

일부 포도주 감정가와 재배자는 어떤 종류의 여과는 오히려 포도주에 해가
된다고 주장하며 "속성으로 여과하지 않은 포도주" 생산을 고수한다.

압수된 포도주 4분의3은 AOC급 포도주가 아닌 최저급(Vin De Table)
포도주다.

나머지 4분의 1인 AOC급 포도주는 천연감미 백포도주다.

유명한 꼬뜨드론(Cotes-du-Rhone)의 좋은 품질등급인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의 라벨이 부착된 와인들은 아니다.

적포도주 기준 수입와인의 국가별 원산지는 프랑스산이 절반으로 가장 많다.

이어 미국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독일 스페인 순이다.

소의 피 분말을 이용해 정제한 포도주가 이처럼 유럽에서 시끄러운데
주한프랑스대사관 상무관실과 우리나라 수입상이나 와인전문점들은 "문제의
와인"은 수입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와인을 하루에 몇잔 먹는 것이 몸의 신진대사는 물론 뇌활동에도 좋다는
서구의학계의 보고가 나온이래 소비량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수입와인 판매량은 지난 3월 4만2천64상자로 72.2%, 4월
5만4천상자로 43.8%란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무튼 "프랑스 유해 와인" 문제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정부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포도주 감독기관은 "와인 종주국"의 명예를 걸고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우리 정부 당국 또한 소의 피를 이용해 정제한 와인의 수입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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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