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일부 세부사항이 남아 있지만 미국의 뉴브리지
컨소시엄과 벌여온 제일은행 해외매각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협상타결을 긍정적으로 보는 까닭은 매각협상이 제일은행의 회생은 물론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대외신인도 향상에도 큰 보탬이 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울은행의 매각협상도 빨리 마무리 되기를 기대하며 이번 협상타결
을 계기로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에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타결된 협상내용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심지어는 이번 협상타결을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방문 일정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서둔 결과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이번에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6개월동안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점을 생각하면 이번 협상타결을 졸속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협상이 지연되면 될수록 제일은행의 부실은 악화될 것이고 이를
메우기 위해 투입되는 공적자금도 늘어나 결국 국민부담만 커지게 된다.

정부가 협상타결 전에 5조3천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것도 부실채권
의 추가발생을 미리 막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을 받을때 정부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을 약속했는데 이제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이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해외시각을 불식시킨 것도 평가할만 대목이다.

지난 5월초 뉴브리지와의 배타적 협상시한이 끝났는데도 정부가 협상시한을
연장해가며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바로 이점을 의식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이번 협상타결을 긍정적으로 보는 또하나의 이유는 뉴브리지측의
제일은행 인수가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관치금융을 완전히 청산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IMF 관리체제에 들어와서도 금융당국이 금융시장에 음양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제일은행 매각협상이 타결된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목은
손실보전(put back option)기간중에 뉴브리지측이 부실채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점이다.

인수자로서 가능한한 위험부담을 줄이려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부실채권
처리에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일은행 거래기업들은 물론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중장기적으로는 뉴브리지에도 이롭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