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
저자 : 더그 헨우드
역자 : 이주명
출판사 : 사계절출판사
가격 : 13,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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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는 세계 경제의 규범인가, 국제 투기자본의 소굴인가.

"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더그 헨우드 저, 이주명 역,
사계절출판사, 1만3천원)가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투자기법 등을 소개한 기존의 책과 달리 월가로 대변되는 미국 금융
자본주의의 핵심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함께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모여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요람.

지구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주식.금융계의 중추신경.

세계 최강 미국의 권력은 월스트리트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한국경제도 월가의 지배 아래 놓여있다.

특히 IMF체제 이후 월스트리트는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구제금융의 대가로 우리에게 강요된 고금리와 고실업, 알짜배기 기업매각도
결국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조건"이라며 이들 지침을
내세웠다.

국제통화기금과 미국의 요구사항 중에는 미국식 금융및 기업지배구조를
채택하라는 것도 들어있다.

실제로 월가의 투기성 자본이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을 헐값에 사갔다.

저자는 이를 미국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텃밭"을 확보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는 루디거 돈부시(MIT 경제학교수)의 말을 새삼 인용한다.

돈부시는 지난해초 미국 케이블TV에서 "한국은 지금 미국 재무부에 의해
소유된 채 운영되고 있다. 이점은 (아시아 금융위기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뒤 "국제통화기금은 미국이 해외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쓰는
장난감"이라는 말도 했다.

저자는 이것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잠재적인 경쟁자로부터
미국의 자회사 정도로 전락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월스트리트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자기와 닮은꼴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팍스아메리카나"의 배경을 제대로 알고 생존전략을 재검토
하라는 얘기다.

이같은 분석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껄끄러운 것임에 틀림없다.

이는 그의 독특한 "수업과정"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다가 그만 두고
월스트리트에 신설된 조그만 증권회사에 취직한 뒤 독립 저널리스트로
변신했다.

거의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해 전문가로 인정될만한 지식을 축적했고 이를
통해 문학도에서 경제이론가로 거듭났다.

86년부터는 정치와 경제를 중심으로 한 "레프트 비즈니스 옵서버"를
발간하고 있다.

고교와 대학 초년생 때는 자유주의적 우파의 입장에서 정치활동에도 참여
했지만 보수주의 정치와 이론에 환멸을 느끼고 좌파로 돌아섰다.

이같은 좌우경험과 폭넓은 체험이 그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키웠다.

그때문에 이 책의 논조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자본권력의 안팎"을
균형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중간 쯤에 자리하고 있다.

1~3장은 월스트리트에서 거래되는 금융수단, 금융회사및 기관들을 중심으로
미국 금융시장의 현실을 들여다 본 것이다.

4~6장에는 그동안의 금융이론들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와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주의의 본질, 지배구조에 관한 분석이 담겨 있다.

7장은 대안 모색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금융저널리즘이 이론.역사적 관점에 소홀한 경우가 많고 학자들이
현실상황에 둔감한 것을 감안하면 양쪽의 장점을 접목시킨 작업이라고 봐도
된다.

물론 그가 제시한 대안은 만족스럽지 않다.

사실 지금의 월가에서 우리에게 유익한 해법이 딱 부러지게 나오리라는
기대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회보장제도 민영화 주장의 허구성과 "사회적 투자"(반사회적
기업 주식에 대해서는 투자하지 않는 등의 행위)의 오류, 자본통제와 부유세
과세, 금융거래세 강화 등 몇가지 대안들은 연구해볼만한 과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