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대기업의 신규사업 진출과 관련, 기준과 조건을 명백히 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대한생명 2차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던 LG를 3차
입찰에는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정부가 원칙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16일 "신규사업 진출이나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은 기업들이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전담팀을 구성해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일"이라며 "기준과 원칙이 명백해야 기업들이 예측하면서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열릴 정.재계간담회 등을 통해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지침이 한달도 안돼 번복된 대생 입찰의 경우 LG나 한화 모두가
당황하고 있다.

LG는 2차 입찰 불참 이후 사실상 대생 입찰에 손을 떼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합작파트너를 찾는데 시간이 부족한 상태다.

대생 입찰에 강한 의지를 밝혀온 한화는 불만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LG는 대생입찰을 포함해 신규 사업을 다루는 프로젝트경영정보팀이 대생과
관련된 일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LG 관계자는 "정부가 허용한 만큼 입찰 참여를 신중히 검토해보겠지만
약 1조5천억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대생입찰 참여를 위해서는 자금조달계획
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측은 정부 지침에 따라 가급적 현재의 합작선을 유지한채 3차 입찰에
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LG에 참여를 허용한데 대해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정부의 원칙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5대 그룹에는 신규사업 진출을 불허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허용하는 무리한 기업구조조정 원칙을 제시한 것이 화근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재무구조약정을 준수할 수 있다면 새로운 핵심역량 창출을
위해 신규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규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