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금을 찾아간 사람에게서 뒤늦게 세금을 받아오라니 말이 됩니까"

국세청이 세금우대저축에 중복가입해 세금감면혜택도 이중으로 받은 예금자
에게 세금을 추징하라고 하자 한 은행원은 이렇게 항변했다.

세금우대저축에 중복가입한 사람은 1백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예금을 찾아갔다.

물론 세금을 이중으로 경감받았다.

2개이상의 세금우대저축에 가입한 사람은 1개만 우대혜택을 받게 돼 있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국세청과 금융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국세청은 은행더러 세금을 내라하고, 은행들은 국세청이 미리 알려주지 않아
세금을 거둘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아직 어느 쪽의 책임이 더 큰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며 흐지부지하게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예금자다.

책임지는 방법은 안낸 세금을 다시 내는 것이다.

문제는 예금자에게 일일이 세금을 받아내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데 있다.

엄청난 행정의 낭비이기도 하다.

조세반발도 예상된다.

그래서 벌써부터 중복가입자에 대한 과세를 포기하자는 식의 분위기가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이 나서서 세금을 거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은행원은 "예금을 찾아간 사람에게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연락해보면
대부분 펄쩍 뛴다"며 "반발이 심한 고객들에 대해서는 세금걷기를 포기하라고
일선지점에다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여기서 굳이 국세청과 은행중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그건 당사자들이 해야할 몫이다.

다만 책임을 가리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 있다.

국세청과 금융기관은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무당국과 금융기관에 대한 예금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고객과 납세자에 대한 서비스강화를 내세우는 두 기관은 지금이라도
서비스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때다.

예금자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불편해 할 지를
염려해야 한다.

< 김인식 경제부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