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타워는 밤의 신데렐라다.

어둠이 내리면 눈부신 자태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낮과는 전혀 다른 변신으로 동대문 일대를 뜨거운 젊음으로 채운다.

두산타워의 흡인력은 강렬하다.

기성세대 중심의 이 지역을 단숨에 10~20대의 "해방구"로 바꿔놨다.

두산타워는 34층짜리 업무용 빌딩과 8층짜리 판매시설로 구성됐다.

화려한 경관조명과 시민광장, 산뜻한 외관 디자인, 명쾌한 동선분리 등이
뛰어난 조화를 이룬다.

두산타워의 입면은 단순 명료하다.

건물외부는 흰색으로 처리됐다.

재래시장의 침침한 분위기를 밝게 하고 두산그룹의 기업 이미지인 청청함도
반영하고 있다.

동대문 시장은 낮보다 밤에 살아나는 도.소매 시장이다.

그래서 두산타워는 건물 전체를 하얀 빛으로 감싸는 야간조명 경관기법을
도입했다.

그것은 두산타워가 업무용 빌딩의 단순함을 극복하고 동대문 일대의 상징
건물로 자리잡게하는데 위력 발휘를 했다.

조명설계는 미국의 자유 여신상 경관조명을 맡았던 브랜드스톤의 자문을
받았다.

경관조명은 고른 조도로 야간에도 건축형태를 잘 표현해준다.

건물 전체를 밑에서 비추는 조명기법으로 건물에 강한 상승감을 부여한다.

건물 상단부에는 파이버 옵틱이란 광섬유를 머리띠처럼 둘렀다.

순간순간 다양한 색광이 빛나는 광섬유는 강렬한 역동성을 창출한다.

하얀건물과 은빛조명의 조화로 반짝이는 얼음조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대문 재래시장의 어두운 분위기에 패션상가라는 기능적 특징과 정교한
기술이 적절히 맞아떨어진 경관조명은 한마디로 일품이다.

두산타워 설계핵심은 업무시설과 판매시설을 잇는 접합부다.

여기에는 부채꼴을 뒤집어 놓은 형상을 도입했다.

밋밋하고 무미건조하게 연결될 뻔한 두 건물을 산뜻하게 살려낸다.

사각형의 건물형태가 주는 단순함도 없애준다.

지붕은 청색유리를 사용해 백색건물의 단조로움을 걷어냈다.

두 건물의 연결부는 밖에서 봐도 분명하게 눈에 띈다.

뒤집힌 부채꼴 형상에 유리지붕이 덮여있다.

문제는 이 공간이 단순한 판매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리와 맞닫는 내부에 에스컬레이터와 편의공간을 배치했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산타워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포인트는 빌딩앞 광장과 조경시설이다.

고층건물의 위압감을 해소하고 탁트인 개방감을 준다.

문화행사를 벌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중심상업지역 금싸라기 땅에 시민들을 위해 잘 꾸민 앞마당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쉽지않다.

서울의 많은 건물들이 이를 너무 쉽게 무시한다.

그러고도 당당하다.

그것은 사회에 대한 무례다.

두산타워의 선큰가든도 실용성이 돋보인다.

건물 전면에서 지상.지하를 연결시키는 열린공간이다.

이곳을 통해 사람들은 광장에서 바로 건물로 갈 수 있다.

입구엔 작은 부채꼴을 엎어놓은 듯한 스틸조형물이 앉아 있다.

번잡한 광장을 벗어나 햇볕과 소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틈새다.

판매시설 인테리어는 전체를 통일시켜 유니트화 했다.

도.소매 의류상가인 점을 감안한 배려다.

유지관리의 편리성은 있겠지만, 내맘대로 꾸미고자 하는 상점 주인들에겐
못마땅할 수도 있는 처리방식이다.

판매시설인 5층부터 8층 옥상까지는 환하게 뚫린 천창이 있다.

천창을 향해 에스컬레이터가 빙글빙글 쉼없이 돌아간다.

자연광이 쏟아지는 에스컬이터 주위에는 층마다 아담한 쉼터도 있다.

판매공간의 끝인 8층은 조화의 미가 두드러진다.

원형의 유리지붕과 이를 떠받치는 스틸재료들이 어울려 정연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옥상에는 넓다란 광장이 있다.

쇼핑에 지친 이들이 시원하게 차를 한잔 할 수 공간이다.

천정이 완전히 열려있어 실바람 살랑이는 여름밤엔 더욱 낭만적이다.

두산타워는 재래시장안에 포스트모던한 외형과 인텔리전트 기능으로 무장
하고 출현한 "이단아"다.

인근의 거평 프레야, 밀레오레와 함께 재래시장 현대화를 공격적으로 표현
하고 있다.

아쉬움은 여기에서도 찾아진다.

건물에 주변의 역사가 투영돼 있지 않다.

동대문 시장은 한국 근대사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맨몸으로 수백억원의 재산을 일군 신화가 있고, 노동운동의 초석이 된
전태일이 몸을 사른 아픔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 새 건축물들은 동대문 시장의 역사를 담아내려고 고민한
흔적이 없다.

역사를 잊고 첨단과 미래만 외치는 건축조형물은 뭔가 허전하다.

어떻든 두산타워는 X.Y세대들이 천원짜리 몇장만 들고도 자신있게 활보할
수 있는 신개념 쇼핑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소매상들이 싼 물건을 사기위해 새벽을 뚫고 찾아드는 곳으로도 정착되고
있다.

두산타워는 오늘도 눈부신 빛으로 몸을 밝혀 젊음을 부른다.

이단으로 태어난 그 공간속엔 젊음이 있고 삶이 싱싱하게 살아 숨쉰다.

그 활력이 동대문 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건축명세 ]

<>위치 : 서울시 중구 을지로 6가 18-12.
<>건축면적 : 대지면적 11,451평방m, 연면적 122,608평방m.
<>건축규모 : 지하 7층, 지상 34층,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공사기간 : 1995.12 ~ 1998.12
<>건축설계 : (주)우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시공 : (주)두산건설
<>실내설계 : KDA, (주)오리콤.
<>조명설계 : 크레룩스 라이트 디자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