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야키 비빈파"

한국말로는 "돌솥비빔밥"이다.

도쿄역 음식점가에 자리잡은 비빔밥 전문점은 사람들로 늘 장사진을 이룬다.

근처 금융가에서 근무하는 넥타이부대가 단골이다.

"나물이 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OL(오피스 레이디)들의 발길도
잦다.

벽안의 서양인도 자주 눈에 띈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20~30분씩 기다리기가 일쑤다.

옆집 일식점에서 "이랏샤이마세(어서오십시오)"를 외쳐대지만 전혀 관심이
없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음식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기 절정의 돌솥비빔밥집은 재일 한국인 주문삼(화도 사장)씨가 낸
"이시야키 비빈파"라는 체인이다.

그는 95년4월 돌솥비빔밥집을 처음으로 기업화했다.

현재 신주쿠 니혼바시 아카사카 등 번화가에만 16개의 점포가 있으며 지난
1년동안에만 10개가 늘었다.

돌솥비빔밥의 성공비결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본고장 전주비빔밥의 맛을 살렸다.

취나물 고사리 등 나물재료를 다양화했다.

돌솥도 한국식으로 만들었다.

"건강식품"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걸었다.

일본적인 식문화도 십분 활용했다.

"회전 스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공간활용을 최대화했다.

철저한 세트화로 주문후 2~3분내 음식이 나오도록 했다.

회전율을 최대한 높인 것이다.

한국의 앞선 맛과 일본인의 식문화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것이다.

일본입맛을 사로잡고 있는게 돌솥비빔밥만은 아니다.

한국식 불고기는 이미 대중화된지 오래다.

진로소주는 단일브랜드로 일본 소주시장의 정상에 섰다.

최근엔 농심 신라면과 김치컵면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동원 맛김도 최대유통망인 편의점을 통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일본업계가 반격에 나섰다.

닛싱식품은 "김치"라는 순한글 표기를 한 라면을 상품화했다.

한글을 상품에 그대로 쓰기는 처음이다.

일본 최대로서의 자존심을 꺾고서라도 김치컵면 공세를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전통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낫도에도 "김치 낫도"가 선보였다.

"김치 야키소바"도 나왔다.

라면집에서는 김치라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원조맛"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화재팬 진로재팬 등이 한국음식점 체인 설립을 준비중이다.

한국과 일본업체간 일본입맛 쟁탈전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