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해외단기차입 규제를 푸는 등 외환거래 자유화를 시행한지 30일로
한달이 된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외환전산망과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외환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체크해 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외환거래 자유화조치 이후 달러의 유입량이 많아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일부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원화가치가 강세를 띠면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그
하나의 예로 꼽히고 있다.

<> 우려되는 부작용 = 외환자유화 조치를 앞두고 가장 우려됐던 부분은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외자 유입이 자유로워지면서 원화가치를 상승시켜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었다.

두번째는 선물환 거래에서 실수요 증명을 폐지한 것에 따른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달이 다 되가는 지금, 이같은 부작용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먼저 원화가치의 상승이다.

지난 3월말 달러당 1천2백27원이던 원화가치가 27일 현재 1천1백82.9원으로
올랐다.

반면 원화가치 상승과는 달리 엔화는 달러당 1백20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원-엔의 가치비율이 1대10보다 높아지면서 일본과 경쟁하는 업종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또 선물환 거래에 따른 실수요원칙이 폐지되면서 단기투기자금도 많이 유입
되고 있다.

당장은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 회복으로 증시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외국인투자자금은
썰물처럼 빠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외환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 외환당국의 입장 = 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아직 평가를 하기에는
시일이 이르다는 태도다.

한달여 동안 눈에 띠는 부작용도 없었다고 평가한다.

양천식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최근 원화가치 상승은 국가신인도가
높아지고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늘어난 때문"
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까지 해외단기차입을 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달러유입이 많아진 것은 외환자유화조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은 올해 들어 약 30억달러가 들어왔다.

이중 8억달러가 4월 한달동안 쏟아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별다른 부작용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다만 투기
자금의 유입이 있는지 여부를 상세히 살피고 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 낙관은 금물 =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정부당국이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달동안 부작용이 없었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금융팀장은 "외환자유화 조치는 결국 정부의
외환시장정책 수단을 없앤 것과 같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요즘과 같은 원화가치 상승 추세를 정부가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줄어
들었다는 얘기다.

또 정부가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위해 만든 국제금융센터도 빨리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된다.

이 센터는 모집직원을 아직 다 채우지 못해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함께 외환당국에 집중된 정보를 시장관계자에게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이 자율화된 만큼 시장참가자에게도 모든 정보를 제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