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여왕은 방한 이틀째를 맞은 20일 오전 대우 디자인 포럼,
애니드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방문한데 이어 오후에는 5대그룹 대표를
접견한후 이화여대, 인사동 등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군인 필립공은 위성수신기 제조업체인 대륭정밀과
정수기능대학을 방문한뒤 상암지구 월드컵경기장및 영국기업이 활동중인
산업현장을 찾아 격려하는등 경제외교에 전념했다.

여왕 내외는 저녁에는 청와대 국빈만찬에 참석한뒤 청와대 본관 1층에서
전통공연물을 관람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한 국빈만찬에서
환영사를 통해 "여왕폐하는 한국 국민이 1백년을 기다려온 귀한 손님"이라며
"세계인의 존경과 흠모의 대상인 여왕폐하를 모시게된 한국 국민은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한국과 영국 두나라의 교역은 불과 30년만에 3백배이상
늘었다"며 "이제 영국은 유럽국가중 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자 투자대상국
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지난 70년대 위기에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얻고 "멋진 영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영국의 경험은 한국에도 많은 지혜를 주고 있다"며
"두분의 방한은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격려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답사를 통해 영국이 한국전쟁에 참여한 혈맹의 관계임을
상기시킨뒤 "한국이 주요 산업국가로 발전한 그간의 결의에 차고 힘이
넘치는 과정을 생각하게 된다"며 한국의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했다.

여왕은 이어 "두나라 사이의 교역이 크게 늘어 삼성과 LG같은 한국기업은
영국 가정 어디에서나 만나게 되는 이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여왕은 또 "김 대통령도 케임브리지대학에 머무른 적이 있다"며 "특별히
기쁜 마음으로 이번 방한을 기념해 엘리자베스 2세 장학금으로 명명될 3개
장학금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만찬은 저녁7시부터 밤10시까지 계속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오후 숙소인 하얏트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뒤 5대그룹 대표들과 환담했다.

여왕은 데릭패치 영국 외무부 차관과 스티븐 브라운 주한 영국대사를
대동하고 2층 로터스룸에서 대우 김우중 회장, 현대종합상사 박세용 회장,
삼성전자 윤종용 사장, LG전자 구자홍 부회장, SK 손길승 회장 등을 만났다.

여왕은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의 영국 현지법인 현황과 투자계획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

여왕은 이어 한.영고위급회의가 열리고 있는 하얏트호텔 회의장에 들러
박병재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영국측 대표 폴 뉴월경을 비롯한 참석자들을
접견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를
방문,자동차 신모델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여왕 일행은 김우중 대우 회장 내외의 영접을 받은 뒤 차량 외장디자인
스튜디오로 향해 심봉섭 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 부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1백여평의 스튜디오 곳곳을 살펴봤다.

모형 자동차 앞에서는 "어떤 재료로 만들었느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대우자동차는 여왕방문에 맞춰 영국 워딩의 대우자동차연구소에서 한.영
공동연구진이 제작중인 컨셉트 차량 "미래"를 선보였다.

여왕은 특히 전기장치를 통해 차량의 운전대와 운전석이 좌우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며 웃음을 지어 보인뒤 "어떻게 운전석을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여왕의 뒤에서 차분하게 차량 디자인 과정을 지켜본 필립공은 "50년동안
산업현장을 시찰하다보니 어설픈 전문가 흉내는 낼 수 있게 됐다"고 말을
꺼낸뒤 전기자동차에 관한 질문을 쉴틈없이 했다.

김우중 회장은 "영국에 연구소를 설립해 투자해 온게 인연이 돼 대기업중
유일하게 여왕의 방문을 받아 기쁘다"며 "이번 기회로 영국에서의 대우자동차
판매가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전 11시5분께 영국 소프트웨어업체로부터 30억원
어치의 프로그램을 들여온 서울 삼성동의 벤처기업인 애니드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여왕은 배종광 사장에게 "사무실이 깨끗하고 좋다" "이
정도 시설이면 투자를 많이 했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여왕은 이어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전 과정을 둘러보고 회사
관계자들에게 전설이나 전통설화를 주로 다루는지, 창작물을 많이 제작
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애니메이션 제작 소프트웨어를 설명하기 위해 따라온 영국의 케임브리지
애니메이션의 밀러침 부장은 "여왕이 애니메이션에 큰 관심을 가지고 많은
질문을 해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여왕은 오후에 한국 여성교육의 산실인 이화여대 약학대학을 방문했다.

여왕은 약학대학 인삼실험실을 둘러보며 인삼의 효능에 대해 질문하는 등
인삼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어 장상 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학생회관 1층 원형로비
에 들어설때 5백여명의 학생들이 열렬히 환호를 보내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여왕은 이 자리에서 장애인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장애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들을 격려했다.

<>.이화여대 방문을 마친 여왕은 곧바로 한국 전통 예술품 상가들이 몰려
있는 인사동을 둘러봤다.

여왕은 "명신동 서화점"에 들러 진열돼 있는 붓 등을 살펴보고 주인인
이시규씨의 서예 시범을 관람했다.

여왕은 이씨로부터 족자와 올빼미 모형이 새겨진 석재 문장을 선물받았다.

이어 "박영숙 도자기" 상점에서 전통도자기에 대한 설명을 들은뒤 배영진
여사가 운영하는 고전 한복점을 방문, 전통 한복과 개량 한복을 살펴보았다.

< 김수섭 기자 soosup@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