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산업과 투자전망 ]

박태영 < 산업자원부장관 >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적자는 벤처기업이다.

지난 97년 벤처기업육성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벤처기업이 많이 생겨나 현재
2천여개사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벤처캐피털 확충을 위해 창업투자회사를 통한 투자를 확대토록 하고
에인절(개인투자자) 투자자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했다.

또 1천억원 규모의 공공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창업회사를 중심으로 벤처투자를 지원키 위해 올해 7천5백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투자회수 시장인 코스닥증권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인위적인 벤처육성책보다는 벤처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정부는 자금 인력 입지 등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풀어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벤처기업을 포함한 한국내 투자환경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2월이후 외국인들도 기업어음 같은 단기 금융상품에도 투자할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의 국내기업에 대한 주식취득도 적대적 M&A(인수합병)까지 전면
허용했고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한도도 폐지했다.

외국인의 창업투자조합 투자도 전면 자유화했다.

외국인 투자촉진법을 제정해 투자절차를 간소화하고 조세감면폭도 넓혔다.

한국은 어제 실패했지만 이는 내일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 금융기관 향후과제 ]

이헌재 < 금감위 위원장 >

보통 벤처캐피털이라고 하면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고의 투자가라면 "저위험-고수익" 투자를 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이야말로 바로 그런 투자기회가 많은 나라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철저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우선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64조원의 공적자금을 금융구조조정에
투입했다.

그래서 27개이던 은행이 17개로 줄고 은행원 수는 3분의 1로 감축됐다.

살아남은 은행들은 대부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넘는다.

한국은 금융기관들이 완전히 재편됐고 금융시장도 제기능을 되찾고 있다.

지금부터는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유화된
은행들을 민영화하는게 남은 과제다.

또 기업부문에서도 재벌간 빅딜을 비롯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과잉설비를 털어내는 것은 물론 회계나 기업지배구조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
에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은행들은 채권자 입장에서 특히 5대 재벌의 구조조정 진행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독려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이미 불확실성을 뒤로 하고 정상궤도로 진입했다.

올해 경제는 2-3%정도 성장할 것이다.

내년엔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성장률이 회복될 예상이다.

이제 한국의 개혁은 되돌이킬 수 없다.

개혁은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우리는 한국이 다른 외환위기 국가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 대기업 구조조정 ]

손병두 < 전경련 부회장 >

한국의 주요 그룹들은 지난해 55개 부실기업들을 퇴출시켰다.

지금도 핵심기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 수를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특히 5대 그룹은 99년 1월말 현재 총 3백80개에 이르는 계열사업체를 분사화
했다.

대기업들의 경영전략은 양적 팽창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제 한국기업들의 장기적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만한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우선 사업부문의 분사와 매각, 부채비율 축소,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해소 및 책임경영 강화를 통해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지배구조가 선진화돼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사업부문의 통합과 기업합병, 분사 등을 통해 신설되는 법인들은 투자자들
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해외 투자가들은 향후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우려하지 말기를 바란다.

기업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국의 벤처 캐피털 ]

대니얼 캐럴 < 뉴브리지캐피털 이사 >

아시아 지역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인수합병(M&A)의 이상적인 시장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의 경우가 그렇다.

한국은 그동안 대기업들이 투자경쟁을 벌임으로써 설비과잉 문제에 봉착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대기업들은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때문에 지금은 자산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기업들이 내놓은 계열사나 공장 등 자산은 벤처캐피털 등 민간
투자가들에게 좋은 투자대상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아직까지 수익을 노리는 민간투자가들의 투자가 활발하지
못하다.

경쟁기업이나 외국기업이 들어와 단순한 M&A를 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게
주류다.

제지나 반도체 회사들을 보면 쉽게 할 수 있다.

민간투자가들에겐 경영참여가 목적인 전략적 인수자들이 최대 경쟁자인
셈이다.

게다가 한국에선 여전히 자금을 조달하기가 힘들어 민간투자가들이 본격적
인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한국의 벤처캐피털 시장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 사회/문화환경의 영향 ]

게리 로렌스 < 캐피털Z 아시아 사장 >

한국은 작년이후 투자환경이 급속히 좋아졌다.

외국 투자가들이 투자하는데 대한 규제가 많이 풀렸다.

노동법이 개정된게 대표적이다.

최근엔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여 그 어느때보다 외국투자가들은 한국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다.

물론 걸림돌들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한국의 기업주들이 회사 소유에 너무 집착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계열사를 팔고 있지만 많은 오너들이
자기 회사를 파는데 주저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기업 소유지배구조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또 사회.문화적 환경이 한국에서의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다른 나라에서도 M&A 투자 등이 실패한 사례를 보면 사회.문화적인 이유
때문인 경우가 무수하다.

그러나 한국기업엔 우수한 경영자들이 많다는게 장점이다.

외국의 민간투자가들이 한국에 투자하면 기업과 투자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 회사도 한국에 약 2천5백만-3천만달러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앞으로 2-3년동안 한국에선 수많은 M&A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다.

[ 고려돼야 할 사항들 ]

헨리 타이 < UBS캐피털 이사 >

UBS의 경험에 의하면 한국 및 한국기업에 있어 다음과 같은 투자요인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긍정적 측면에서 한국은 정치 사회적 환경이 안정돼 있고 법률제도가
안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한국기업은 연구개발에 힘쓰고 기술력도 우수하다.

또 뛰어난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근면 협동심도 장점이다.

그러나 아직 외국인 투자가들과 한국 기업들 사이에는 기업운영, 투명성,
회계, 재무, 법무 및 소액주주들에 대한 권리보호문제 등에 있어서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털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국 벤처캐피털은 초기단계 기업들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며 투자금액이
50만~5백만달러 정도이다.

반면 외국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어느 정도 성장한 회사에 투자하며 그
금액이 5백만~5천만달러나 된다.

한국 기업들은 자금력이 풍부한 해외 투자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경우
세계적 수준의 제품들을 해외에 널리 판매할수 있을 것이다.

< 정리=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