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로 전면파업을 선언해 놓은 서울지하철공사 노조가 15일부터
각 역에서 전동차를 30초간 정차하는 "준법운행"에 돌입하면서 1천만 서울
시민들의 불편이 시작됐다.

이날 서울지하철은 기관사들이 소속된 승무지부가 처음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대부분의 역에서 열차가 늦게 도착하고 서행하는 등 파행운행을 하기 시작
했다.

그러나 기관사들이 지연운행에 소극적으로 참여,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노조가 투쟁수위를 높여갈 것에 대비해 특전사요원 5백47명과
경찰 관계공무원 등 5천1백여명의 비상인력을 확보해 두고 있다.

고건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시장실에서 구조조정 중단과 체력단련비 지급
등을 요구하는 노조간부와 공사측 관계자들을 만나 막판협상을 독려했으나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구조조정"이라는 첨예한 사안과 직결돼 있는 데다
지하철 노조가 5월 메이데이 총파업을 앞둔 민노총의 선봉대 역할을 맡고
있어 막판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게다가 정부가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강력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지하철 파업여부는 올 노사관계는 물론 경제회생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쟁점 =이번 분규는 전체 정원의 18.1%인 2천78명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공사측의 구조조정안이 불씨가 됐다.

표면적으로는 기본급의 2백50%에 달하는 체력단련비와 대학생 자녀에 대해
무상지원해온 학자금 지급 여부가 관건이다.

이 지원은 정부방침에 따라 중단됐다.

공무원과 모든 공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된 사안이다.

올해 예산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노조는 이들 지원을 살려 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 협상전망 =학자금은 상당수가 받아 간 상태다.

공사측이 무이자융자금의 형식으로 내놓아 이니 지급대상자의 88%인
6백63명이 받아갔다.

따라서 현재로써는 체력단련비가 관건이다.

공사측은 체력단련비를 성과급 형식으로 전환해 지금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노조측도 체력단련비 지급 형식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해 타협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양측은 이번 사태를 구조조정과 관련된 문제로까지 끌고갈 태세여서
막판까지 갈 가능성도 크다.

<> 올 노사관계에 미칠 파장 =이번 사태는 올 노사문제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계획하고 있는 "4,5월 총력투쟁"의 서곡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현 단계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강력한 투쟁이라고 판단, 산하 전 조직에 파업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민노총은 이를위해 16일까지 산하 단위노조 간부 3천여명의 "구속결단"
서명을 끝내고 단계별로 파업일정을 세워두고 있다.

19일에는 서울지하철노조를 포함, 가스안전공사 지역난방공사 데이콤 등
11개사가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통신은 18,19일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하며 부산지하철은 22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만일 지하철이 파국으로 치달으면 올 노사분규는 출발부터 거칠어질 수
밖에 없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