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업지배구조와 글로벌스탠더드..조동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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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 서울대교수. 경영학 >
지난 80년대에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배교수로부터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미국 교수들은 강의시간 중에 미국기업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해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고, 일본 기업에서는 저런 방식으로 해서 경쟁력이 강해졌다
하는 식으로 일본 칭찬 일변도의 설명을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으레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 한둘 섞여 앉아 있는 일본 학생 앞에
가서 내 강의내용이 과연 맞느냐하고 공손히 물어본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본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투른 영어로 이러쿵저러쿵 얘기
하고 미국 교수는 고개를 끄덕여가며 감동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럴 때마다 후배 교수는 부럽기도 하고 질투심도 나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미국 경영학계에서 유행하던 젠(Zen) 카이젠(Kaisen) 게이레쓰(Geiretsu)
등의 용어가 바로 선 개선 계열에 해당하는 일본어 발음에 대한 표기였던
것처럼, 미국 교수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기업은 물론이고 학생들로부터도
일본식 경영의 장점을 배워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러한 자세는 결국
9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을 세계에서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나라로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미국 경영자들의 자세는 건국이래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경영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지배구조란 선진국과 한국간에 차이가 크고 따라서 한국 경영자들이
해외로부터 배워야 할 경영기법중 하나이다.
기업지배구조란 기업이 보유한 여러 자원에 대하여 주주 채권자 종업원
공급자 소비자 지역사회 지역정부 등 이해관계자 집단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설명하는 계약관계이다.
그러나 수많은 이해관계자 집단 중에서도 누가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견해를 달리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네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라고 불리는 미국형으로서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 오로지 주주의 권리만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경영자와 주주간의 계약이 바로 기업지배구조인 셈이다.
둘째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고 불리는 유럽형
으로서 종업원 주주 채권자 지방정부 중앙정부 소비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
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제도이다.
셋째는 종업원 자본주의(employee capitalism)라고 불리는 일본형으로서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도 회사를 구성하는 종업원을 가장 중시하는 제도로
사장에게는 종업원에 대한 보호가 주주나 채권자에 대한 보호보다 더 중요한
과제이다.
넷째는 소유경영자 자본주의(owner capitalism)라고 부를 수 있는 한국형
으로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소유경영자가 절대적인 이해
관계자로서 기업을 지배하는 제도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기업지배구조가 자리잡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는 5년마다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순차적으로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정보통신 등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산업정책을 세우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특히 재벌그룹을 사용해왔다.
그리고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 즉 새로운 산업으로 기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주체를 찾다 보니 소유경영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소유경영자가 정부 기대대로 기업을 경영하는 한 정부는 소액주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권한을 소유경영자에게 주었고 이러한 관행이 전세계
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지배구조로 정착한 것이다.
한국형 기업지배구조는 투명하지 못한 경영관행, 소유경영자의 독선, 소액
주주 권한에 대한 침해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는 정부정책을 따르는 재벌기업들에 무제한에 가까운 정책금융을
은행융자라는 형태로 제공해주었고 그 결과 97년말 30대 재벌그룹 평균 5백
18%라는 부채비율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무절제한 자금동원 방법을 통해
파행적인 기업 자본구조를 야기해 결국 IMF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
지난 1년반 동안 한국기업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름대로 큰 변화
를 일궈냈다.
기업매각과 분사, 워크아웃을 통해서 5대그룹재벌을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
들은 이제 재벌이라는 표현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업내용이 단순화
되었다.
그리고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여 미국형의 기업지배구조를 도입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사외이사의 선정과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는 아직도 사외이사제도가
추구하고 있는 소액주주의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미국 교수들처럼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다른 나라에서 잘하고 있는 것을 빨리 배워
이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반위에 다른 나라 기업이 가지고 있지 못한 한국 고유의,
그러나 외국의 관행과도 어긋나지 않는 경영방식을 접목해 세계경쟁력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5일자 ).
지난 80년대에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배교수로부터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미국 교수들은 강의시간 중에 미국기업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해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고, 일본 기업에서는 저런 방식으로 해서 경쟁력이 강해졌다
하는 식으로 일본 칭찬 일변도의 설명을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으레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 한둘 섞여 앉아 있는 일본 학생 앞에
가서 내 강의내용이 과연 맞느냐하고 공손히 물어본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본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투른 영어로 이러쿵저러쿵 얘기
하고 미국 교수는 고개를 끄덕여가며 감동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럴 때마다 후배 교수는 부럽기도 하고 질투심도 나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미국 경영학계에서 유행하던 젠(Zen) 카이젠(Kaisen) 게이레쓰(Geiretsu)
등의 용어가 바로 선 개선 계열에 해당하는 일본어 발음에 대한 표기였던
것처럼, 미국 교수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기업은 물론이고 학생들로부터도
일본식 경영의 장점을 배워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러한 자세는 결국
9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을 세계에서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나라로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미국 경영자들의 자세는 건국이래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경영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지배구조란 선진국과 한국간에 차이가 크고 따라서 한국 경영자들이
해외로부터 배워야 할 경영기법중 하나이다.
기업지배구조란 기업이 보유한 여러 자원에 대하여 주주 채권자 종업원
공급자 소비자 지역사회 지역정부 등 이해관계자 집단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설명하는 계약관계이다.
그러나 수많은 이해관계자 집단 중에서도 누가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견해를 달리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네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라고 불리는 미국형으로서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 오로지 주주의 권리만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경영자와 주주간의 계약이 바로 기업지배구조인 셈이다.
둘째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고 불리는 유럽형
으로서 종업원 주주 채권자 지방정부 중앙정부 소비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
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제도이다.
셋째는 종업원 자본주의(employee capitalism)라고 불리는 일본형으로서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도 회사를 구성하는 종업원을 가장 중시하는 제도로
사장에게는 종업원에 대한 보호가 주주나 채권자에 대한 보호보다 더 중요한
과제이다.
넷째는 소유경영자 자본주의(owner capitalism)라고 부를 수 있는 한국형
으로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소유경영자가 절대적인 이해
관계자로서 기업을 지배하는 제도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기업지배구조가 자리잡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는 5년마다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순차적으로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정보통신 등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산업정책을 세우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특히 재벌그룹을 사용해왔다.
그리고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 즉 새로운 산업으로 기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주체를 찾다 보니 소유경영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소유경영자가 정부 기대대로 기업을 경영하는 한 정부는 소액주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권한을 소유경영자에게 주었고 이러한 관행이 전세계
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지배구조로 정착한 것이다.
한국형 기업지배구조는 투명하지 못한 경영관행, 소유경영자의 독선, 소액
주주 권한에 대한 침해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는 정부정책을 따르는 재벌기업들에 무제한에 가까운 정책금융을
은행융자라는 형태로 제공해주었고 그 결과 97년말 30대 재벌그룹 평균 5백
18%라는 부채비율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무절제한 자금동원 방법을 통해
파행적인 기업 자본구조를 야기해 결국 IMF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
지난 1년반 동안 한국기업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름대로 큰 변화
를 일궈냈다.
기업매각과 분사, 워크아웃을 통해서 5대그룹재벌을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
들은 이제 재벌이라는 표현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업내용이 단순화
되었다.
그리고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여 미국형의 기업지배구조를 도입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사외이사의 선정과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는 아직도 사외이사제도가
추구하고 있는 소액주주의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미국 교수들처럼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다른 나라에서 잘하고 있는 것을 빨리 배워
이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반위에 다른 나라 기업이 가지고 있지 못한 한국 고유의,
그러나 외국의 관행과도 어긋나지 않는 경영방식을 접목해 세계경쟁력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