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들의 그림에 한쪽 다리가 말라 비틀어진 절름발이가 나타난다
고 한다.

오늘날 학자들은 이 절름발이는 소아마비가 원인이라고 추정한다.

소아마비는 폴리오바이러스란 병원균에 의해 발병한다.

그렇다면 오랜 옛날에도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인류가 병원균이란 것을 안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천연두 예방법을 알아낸 제너, 병원균을 입증해 보이고 예방백신을 개발한
파스퇴르, 페니시린을 발명한 플레밍 등이 활약한 것은 18세기 이후다.

병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활발히 이뤄진 것은 3백년전이 못된다.

과학을 동원한 인류의 질병과의 싸움은 역사가 짧지만 사망률을 낮추었고
평균수명을 늘렸으며 특히 넓은지역에 급속히 퍼지는 전염성을 제압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는 질병에 대한 걱정이 높아가는 추세이다.

최근 20년간 30종의 전염병이 새로 생겨났다고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바
있다.

지난 95년에 처음 알려진 조류독감이 지나해 홍콩을 강타했다.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뎅그열병이 95년 중남미를 거쳐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상륙해 피해를 줬다.

영국에서는 96년 광우병이 만연해 유럽연합(EU)이 영국산 소 4백여만마리의
도살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밖에 "O-157" 장균71 등도 한때 여러나라를 긴장시켰다.

지난달부터 말레이시아에 괴전염병이 돌아 이미 1백여명이 사망했고,
싱가포르 등 인접국가에 까지 번지고 있다.

병원균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환자들이 주로 일본뇌염의 증상을
보이고 있어 이 뇌염의 숙주로 지목된 돼지가 함께 수난을 당하고 있다.

희생자중에는 말을 통해 감염되는 헨드라 뇌염 징후가 있어 말의 국경이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한다.

조류독감이 돌 때는 닭이, 광우병 때는 소가 각각 수난을 당하더니 이번에는
돼지가 타킷인 것같다.

환경파괴 기상이변 등으로 시달리고 있는 지구가 인간에 앞서 인간과 가장
가깝게 지내온 가축들에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닌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