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표결은 오후 2시20분께 시작돼 별다른 마찰없이 15분만에 종료됐다.

한나라당 정재문 의원의 경우 양팔에 목발을 짚은 채 표결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격앙된 상태에서 투표를 마친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러나 10여분 뒤 "환희"
로 돌변했다.

"이변"은 검표원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국민회의 설훈 의원과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의 상반된 표정에서 감지됐다.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자 설의원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간 반면 임 의원은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박 의장의 개표결과 발표에 앞서 임 의원은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였고
야당 의석에서는 일제히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굳은 표정으로 의석에 앉아 있던 서 의원의 얼굴도 활짝 펴졌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 의원에게 몰려가 악수공세를 펼쳤다.

김영선 의원은 자민련 의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
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침묵 속에 자리를 지켰고, 특히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한화갑 총무를 비롯한 국민회의 지도부는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나라당 안택수 대변인은 개표가 끝난 뒤 성명을 내고 "국회에 의회
정의와 표결양심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역사적 쾌거"라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양식과 용기있는 여당의원들이 반기를 든 것은 인간회복의
승리"라면서 "김대중 정권은 이제라도 도덕성을 회복하고 민심의 소재를
직시하라"고 주장했다.

<>. 서 의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동료의원들이 긍정적으로 판단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사실 한나라당은 지난해 국회의장선출 등 잇단 여야 표대결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표결처리키로 결정한 것은 감옥에 갈 각오에서 나온 것"
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승리했다기 보다는 체포동의안 남발에 대한 국회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국회와 인권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검찰조사에는 언제든 응하겠다"며 "구속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법부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오늘이 마침 부인의 생일"이라면서 "이 정도면 값진 생일선물이
아니겠느냐"고 말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 김형배 기자 khb@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