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나를 꼭 닮은 어린이와 마주친다면"

영화 X파일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인간의 손에 의해 복제된 돌리(양) 영롱이(젖소) 진이(한우)가 인간도
똑같은 모습으로 복제될 수 있다는걸 증명한다.

이제는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내 몸에서 떼어낸 세포로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판박이"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신의 영역으로만 여겨져온 생명창조가 인간의 손으로 넘어와 버린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지금도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대한 축복과 경외심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

이제 인간의 존엄성마저 기로에 서있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생명복제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생명복제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앞으로 인간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돼 복제기술과 융합되면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인간을 무한정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모두 갖추게 된다.

진화와 창조의 역사를 인간의 손으로 다시 써야 하는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 생명복제 어떻게 하나 =생명복제의 신비를 담고 있는 것은 유전자(DNA)
다.

유전자는 한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이에따라 생명복제 기술은 동일한 유전자를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이용되는 기술은 배 단계의 세포를 사용하는 수정란 할구 분할법과
체세포 복제법 등 두가지.

수정란 할구 분할법은 수정란의 할구가 두배씩 증가하는 배 단계에 있을때
각 할구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기술이다.

배 단계를 지나면 각 할구가 장기로 발전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수의
할구가 필요하다.

이에따라 수정란의 할구를 쪼개 대리모에 각각 이식하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같은 성의 생명체를 둘이상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수정란을 여러개로 나눈 분할란의 생존율이 낮다는 약점
을 가지고 있다.

또 이미 존재하는 생명체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를 창조할 수는
없다.

체세포 복제법은 기존 생명체로부터 유전자를 모두 담고 있는 핵을 분리해
난자의 핵과 대체함으로써 생명체를 창조하는 방법.

체세포의 핵으로 치환된 미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시키면 분화의 과정을
거쳐 생명체로 발전한다.

분화는 내부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지령에 의해 이뤄지므로 핵을 제공한
동물과 같은 성과 유전자를 가진 판박이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 생명복제의 역사 =생명을 복제하기 위한 세계적인 연구는 80년대에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대부분 수정란 할구 분할법을 이용했다.

당시에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성된 수정란만이 생명체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에따라 배단계의 수정란을 현미경등을 이용해 쪼개 대리모에 착상시킴
으로써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여러 생명체를 창조해 냈다.

그러나 97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면서 체세포 복제법이 생명복제의 중심
으로 떠올랐다.

분화능력이 없다고 믿어지던 미수정란에 유방이나 자궁세포에서 떼어낸
핵을 넣어주면 분화가 시작된다는 새로운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후 체세포 복제법으로 쥐 젖소 한우 등이 탄생하는 등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

특이한 점은 지금까지 시도된 체세포 복제 실험 모두 암컷에서 채취한
체세포의 핵을 분리해 사용함으로써 복제된 생명체가 전부 암컷이었다는
것.

국내에서는 95년까지만해도 수정란 할구 분할법을 이용했으며 쥐 젖소 한우
등을 탄생시켰다.

체세포 복제법에 의해 탄생된 국내 최초의 생명체는 지난 2월 태어난
영롱이.

이번에 복제한우 진이가 탄생하면서 우리나라도 이미 체세포 복제의 기술이
상당한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줬다.

<> 생명복제는 어디에 이용되나 =과학자들이 종교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생명복제의 다양한 쓰임새 때문이다.

식량난을 해결하고 값싼 필수의약품을 공급하며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가축에서 생산할 수 있다.

젖을 많이 생산하는 젖소를 골라 복제하면 값싼 우유를 대량 공급할 수
있다.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암치료제인 인터페론 등 비싼 의약품을 젖으로
분비할 수 있는 젖소를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후 대량 복제하면 의약품을
저렴하게 대량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 장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을 대량 생산해 종을 보존할 수 있다.

인간이 스스로를 복제해 탄생시킨 생명을 2세로 삼아 양육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 생명복제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나 =생명복제를 또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킬 연구는 인간게놈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우수한 능력을 지닌 인간을 무한정 창조할 수 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탁월한 능력을 발현시키는 염기서열을
확인하고 이를 가진 유전자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에따라 아인슈타인의 머리와 람보의 육체를 지닌 판박이 인간을 유전자
조작과 체세포 복제로 무한정 창조할 수 있게 된다.

이에따라 능력이 뒤떨어지는 인간의 존엄성이 의심을 받는 끔찍한 시대가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 인간의 배와 동물의 배를 융합시켜 반인반수의 키메라를 창조하는
기술도 개발돼 있다.

이같은 실험은 생명복제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