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5일 30대 기업집단을 발표하자 재계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안방문이 열려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시대 조류에
적합치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규제와 통제를 위한 장치로 국내 기업에 역차별을
줄 수 있다며 제도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지난 93년부터 공정위가 발표하고 있는 30대 그룹 지정제도는
이제 전면 폐지하거나 5대그룹 지정제도로 축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신종익 규제개혁팀장은 "30대 그룹들은 채무보증해소 상호출자금지
등 공정위의 규제외에도 업종진입규제 등 25개 법률을 통해 규제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입 당시엔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한 제도라는 명분은 있었으나 요즘처럼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국내 대기업만을 규제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경련은 또 30대 그룹의 순위가 마치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순위로 잘못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기업들도 "의미없는 순위"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그룹 관계자는 "부채를 줄이라는 정부가 부채까지 포함된 자산총액으로
기업 순위를 매기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처음 3위로 떨어진 삼성은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으로 기업규모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현대는 "기아 인수로 계열사 수와 자산총액이 증가했으나 앞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반응을 보여 1위를 기록한 것에 오히려 부담
을 느끼는 인상이었다.

2위가 된 대우는 "그룹 내부에서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고있다"고 강조했다.

30대 그룹에 처음 진입한 제일제당도 "부채 많은 순서나 다름없는데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