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게 더 강하게"

다가오는 21세기 세계자동차메이커의 생존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다음 세기에는 "빅3" 혹은 "6강"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자동차산업은 물론이고 대부분 업종에서 "빅3"만
살아남아 21세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도 "2010년대에는 연 생산대수가 5백만대에 달하는
6개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야흐로 세계자동차시장이 일대 격변기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가 전격 합병, 세계3위
자동차메이커 다임러크라이슬러로 새롭게 탄생한 것도 21세기 글로벌 경영을
위한 장기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로버트 이튼과 함께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위르겐
슈렘프는 "고급중형차 생산에 주력해온 다임러벤츠와 미니밴과 소형트럭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크라이슬러간 합병은 완벽한 결합"이라며 "21세기를
향한 힘찬 발진에 시동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가장 이상적인 기업결합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지역적으로나 생산라인 측면에서 가장 균형을 갖춘 진정한
범세계적 기업의 탄생"이라고 극찬했다.

다임러벤츠는 고급 브랜드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있으며
크라이슬러는 미니밴 지프 경트럭 등 대중적인 자동차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생산라인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벤츠의 최첨단 기술과 크라이슬러의 경제적인 대량생산기술도 상호
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뿐 아니다.

지역적으로도 양사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구도를 갖추고
있다.

사실 그동안 양사는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해외시장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벤츠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크라이슬러도 유럽시장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양사의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시너지 효과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크게 발휘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양사가 합병후 첫 합작품으로 그동안 도요타 등에 밀려온 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아시아 중산층 시장을 겨냥한 7천달러짜리 4도어 세단
승용차를 제작키로 했다.

개발기간을 2년6개월 정도로 잡고 있어 2000년대 초반 출시 예정이다.

아시아의 트럭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양사의 합병 효과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합병 원년인 98년 매출액이 1천4백80억달러로 전년 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순익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판매 대수는 미국 경제 호황과 유럽시장에서의 기록적인 판매에
힘입어 97년 3백60만대에서 4백40만대로 22%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양사의 앞날에 우려의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기업문화가 판이하게 달랐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같은 걸림돌만 제대로 극복한다면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급변하는 21세기
자동차시장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