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런포스의 경광현 과장이 서울 무교동 A빌딩 건설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

고층이라 높은 압력의 첨단 펌프제품이 있어야 하는 건물이다.

값비싼 대신 품질만은 첫손 꼽히는 그런포스에는 절호의 판매기회.

사실상 경쟁제품이 없는 셈이었다.

경 과장은 현장 담당자와 만나 어떤 모델이 적합한지 궁합을 맞췄다.

10시가 조금 넘어 경 과장이 향한 곳은 일산의 B건물 건설현장.

B건물에는 여러 펌프 경쟁사들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경 과장은 그런포스 제품의 첨단기능을 최대한 설명, 발주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

오후 2시30분.

경 과장이 앉아있는 곳은 담당건설사인 서울 계동의 C사.

40분간 미팅을 거쳐 곧바로 강남으로 이동.

5시께 도착한 올림픽 경기장 D현장에서는 발주자가 원하는 제품의 재고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즉각 컴퓨터에 전화선을 연결, E메일을 통해 재고현황을 파악해 알려줬다.

경 과장이 대치동 본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10분.

1주일 내내 회사 사무실에 들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필요한 서류가
있어 회사를 찾았다.

경 과장이 방문하는 업체는 하루평균 4~5곳.

이처럼 부지런히 현장을 누빌수 있는 것은 회사의 "모빌오피스"제 덕분이다.

세일즈맨들은 회사에 올 필요가 없다.

근무시간도 마음대로.

세일즈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수 있는 시간이면 된다.

결과는 "불황속의 판매호조"로 나타났다.

경 과장은 자신이 담당하는 "부스터 펌프"가 히트제품으로 떠오른 덕에
지난해 최악의 건설경기 속에서도 담당제품의 판매는 소폭 늘었다.

감원, 감봉 바람 속에서도 경 과장의 연봉은 늘어났다.

"펌프는 사람의 심장과 같습니다. 혈관의 굵기나 길이에 따라 사람마다
심장 크기도 다르듯 건물의 펌프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의 상태에 꼭 맞는
펌프를 찾아줘야 제기능을 하지요"

경 과장의 프로다운 펌프 세일즈론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