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어드바이저 이금숙(40)씨의 별명은 "들개"다.

누가 붙여준 별명도 아니다.

스스로 그렇게 부른다.

거친 들판을 헤치면서 끈질기게 살아가는 들개.

그녀의 요즘 모습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주택개발부문이 처음 시도한 아파트 어드바이저제도에 이씨가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해 9월.

수습과정을 거쳐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했다.

주업무는 미분양아파트를 파는 것이다.

지금까지 5개월간 30채를 넘게 팔았다.

한달에 평균 6채가 넘는다.

동료 어드바이저 중에서 가장 좋은 실적이다.

성과급인 만큼 매달 집에 가져가는 돈도 1천만원이 넘는다.

이씨가 말하는 영업비결은 성실과 신뢰.

"내집을 산다는 마음으로 같이 고민해 줍니다. 좋은 아파트를 싸게 판다고
진실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지요"

야무진 모습의 그녀를 서울 역삼동 삼성주택문화관에서 만났다.


-아파트 어드바이저란 이름이 생소한데요.

"삼성이 지난해 처음 도입했지요.

한마디로 제때 분양되지 않은 아파트를 팔기위한 전문요원들입니다.

고객을 찾아 현장으로 직접 뛰고 가족 자금 지역 직장등을 고려해 알맞은
아파트를 추천해 주는 역할이지요.

모델하우스는 물론 건설현장까지 함께 다니며 상담합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겠네요.

"물론입니다.

학교 병원 미용실 옷가게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경찰서 119소방대도 빠지지 않는 곳이죠.

동네 경찰들과는 서로 인사하며 지냅니다.

개인광고지도 만들어 뿌리기도 하지요.

하루에 20명이상 만나는 것은 보통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실수요자를 꾸준히 지속적으로 접촉하는게
더 중요하지요"

-수요자들의 관심은 주로 어느쪽입니까.

"위치가 기본이지요.

역세권을 가장 많이 찾습니다.

같은 조건일때 가장 강조되는 것은 분위기입니다.

내부구조도 방보다는 거실위주로 살피고 다용도실 베란다등의 서비스면적이
많은지가 우선 고려대상입니다.

실용성보다 분위기만 좋으면 잘나가는게 요즘 추세지요.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는 13~18층의 고층이 인기입니다.

전망이 좋으니까요.

브랜드인지도 마감재 시세차익가능성등도 주요한 고려 사항이고요"

-수요자들의 요구를 주택건설에 반영할게 있다면.

"한두가지가 아니예요.

가장 안팔리는 1층도 쉽게 파는 방법이 있어요.

1층 하단에 야채를 심거나 비치파라솔등을 세울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겁니다.

생활공간을 넓혀주는 거지요.

정원보다는 그런게 낫습니다.

그러면 팔기도 매우 쉬울 겁니다"

-실적이 좋은 뾰족한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많은 사람을 만났고 지속적으로 고객관리를 했습니다.

나름대로 고객밀착형 영업을 했지요.

감기걸린 고객을 만나면 밤새도록 민간요법책을 공부하고 다음날 알려주는
식이지요.

그렇게 하니 다음에 찾아가면 거절하지 않을 뿐더러 본인이 아파트를 사지
않더라도 꼭 다른 사람을 소개해줍니다"

-어떻게 해서 아파트 어드바이저가 됐는지요.

"아마 천직인가봐요.

그동안 미용학원강사도 해보고 한복에 붓그림을 그리는 화실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잘 안됐어요.

때마침 삼성에서 아파트어드바이저를 모집한다고 해 무조건 응시했습니다.

평소에 "큰 것"을 세일즈 하는게 꿈이기도 했습니다.

부동산에는 옛날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아파트어드바이저에 처음 1천2백명이 응모했어요.

1백명이 선발됐는데 아직 남아있는 사람은 고작 30명입니다.

그중에 4명은 남성이고요.

떠난 사람은 실적이 좋지않거나 적성에 맞지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어려운 일도 많을 것 같습니다.

"고객들이 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듭니다.

나름대로 좋은 아파트를 소개했는데 아니라는 거지요.

그럴 때는 눈물까지 나옵니다.

그러나 고객들이 좋은 층을 사 만족해 할때는 그만큼 보람도 많습니다"


-아파트 어드바이저가 직업으로는 어떻습니까.

"적성이 가장 중요하지요.

적성만 맞으면 여성들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영역입니다.

이웃들이 모두 고객이고 영업장소와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니까요.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고소득은 보장됩니다.

물론 피나는 노력이 따라야지요.

-주변에서는 어떻게 봅니까.

"다니다보면 "여자가 이런 일도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비아냥이 아니라 부러움 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봐주는 편이어서 큰 힘이 됩니다"

-단순한 어드바이저로 머물 것 같지는 않은데요.

"미분양아파트를 해외에 있는 교민들에게 팔아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구상중이지만 잘 될 것 같아요.

좀더 익숙해지면 국제적인 부동산 컨설팅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영어도 배우고 있지요.

이론무장을 위해 틈틈이 공인중개사 시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인 남편과 고등학생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보통 주부인 이씨.

전투복무늬의 핸드폰(016-269-9316)을 들고 다닐 정도로 매사에 전투적이다.

그녀의 꿈도 그래서 부동산업계의 "야전사령관"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