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신세기 앞두고 '자연주의' 물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beauty)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개념과 기준이 바뀐다.
과거 아프리카에서는 입술이 두툼할수록 미인대접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한때 양귀비처럼 둥글고 도톰한 얼굴을 가진 여성이 인기였다.
지금은 마릴린 먼로식의 섹시형 시대를 지나 큰 키와 잘록한 허리를 가진
개성적 캐릭터의 신디 크로퍼드형이 전세계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뷰티 산업의 대표격인 패션계에서는 미의 기준이 ''유행''이란 물결을 타고
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판탈롱 미니스커트 맥시 미디 등에 이어 다소 헐렁한 느낌을 주는 ''루스핏''
시대로 들어섰다.
"미에 대한 갈망과 선호 기준은 이미 유전자에 심어져 있다"(하버드대
낸시 에트코프 교수)며 절대 기준론을 내세우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미의
패러다임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세계 대공황이나 세기가 바뀌는 대사건이 일어나면 미의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올들어 자연주의(내추럴리즘)가 패션과 메이크업 산업의 키워드로 부상
하면서 진한 색조보다 파스텔 톤이 유행하는게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짙은 회색 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올 봄과 여름은
핑크 라이트그린 스카이블루 크림류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과거 여성미에 초점을 맞췄던 패션과 뷰티가 개성화와 자유화시대를 거쳐
올해는 친자연적 패턴으로 옮겨 가는 트렌드가 뚜렷하다.
깨끗한 이미지를 전달해 새 밀레니엄에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연속으로 도피하려는 의도가 동시에
담겨 있다는게 김선진 스페이스 대표의 진단이다.
주근깨가 그대로 드러나는 엷은 화장기법인 투명화장(베어페이스.bare face)
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리퀴드 파운데이션, 트윈 케이크, 페이스 파우더를 차례로 바른후 립라인을
진하게 그리는 방식으로 미를 입히는 화장기법은 과거의 얘기가 됐다.
자신의 개성을 짙은 화장 속에 숨기는 방식을 떠나 자연스럽게 건강미를
표현해 주는 이른바 21세기형의 아방가르드한 메이크업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패션도 이제 단순함과 스포츠룩 타입의 편안함이 유행이 아닌 기본 요소로
자리잡았다.
점잖은 정장 수트로 유명한 조르지오 아르마니나 전위적 디자이너인 헬무트
랭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패션브랜드들이 스포티즘에 모든 초점을 맞춰
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성의 미를 정숙함보다는 실용주의에 뿌리를 둔 활동성에서 찾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미의 기준은 상업성과 맞물려 이처럼 눈부실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이런 유행을 주도하거나 최소한 발빠르게 따라잡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지난 50,60년대 샤넬이 옛 스타일을 고집하다 고향인 프랑스 파리에서
크리스티앙 디오르에게 밀려 어려움을 겪은게 그 단적인 예다.
이른바 명품 대접을 받는 브랜드도 유행의 흐름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게
뷰티산업이다.
때문에 국내 화장품및 패션업계가 올들어 핑크빛 등을 주 색상으로 한
파스텔 톤을 앞세워 "여심 잡기"에 분주한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특히 지난해 모든 일상생활을 짓눌렀던 IMF 한파의 무게를 벗어 던지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유행 컬러는 더 한층 강력하게 그레이 색상을 밀어내고
있다.
어둡고 지루한 IMF의 터널을 빠져 나가고픈 기대감을 핑크 노랑 그린 등
화사하고 밝은 색상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젊고 탄력있는 피부를 영원히 간직하려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반영, 화장품
업체들은 주름을 없애주고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는데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남성미의 기준이 과거 근육질에서 "섹시한 도시형"으로 옮겨가자 다양한
용도의 남성용 화장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펄(반짝이)이 올 봄 국내시장에서 빅히트를 치는 것도 짙은 화장보다는
눈이나 입술 한 부분을 강조하려는 내추럴 톤식 패턴의 반영이다.
이처럼 달라진 미의 기준과 시장 분위기는 올 화장품업계가 내놓은 SS
(봄과 여름) 메이크업 캠페인에서도 잘 나타난다.
과거 아름다움에 치중하는 식의 구호는 찾아볼 수 없다.
"맑은 하늘 신선한 미풍 싱그러운 자연을 닮은 향기로운 메이크업"
(한국화장품) "사이버 21"(나드리) "큐빅 99"(태평양) 등 회사마다 제품별
특성은 있으나 모두 21세기를 염두에 둔 자유주의적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본다면 지금의 유럽 패션계에서는 선(zen)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디자이너인 하상옥 미샤 이사는 이같은 현상이 정신적 결핍을 선으로
채우기 위해 비롯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1세기에는 동양의 정서가 전세계 뷰티산업의 뉴 패러다임을 제시할지도
모르는 양상이 새 천년을 목전에 둔 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 유통부 김영규 김광현 설현정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6일자 ).
과거 아프리카에서는 입술이 두툼할수록 미인대접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한때 양귀비처럼 둥글고 도톰한 얼굴을 가진 여성이 인기였다.
지금은 마릴린 먼로식의 섹시형 시대를 지나 큰 키와 잘록한 허리를 가진
개성적 캐릭터의 신디 크로퍼드형이 전세계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뷰티 산업의 대표격인 패션계에서는 미의 기준이 ''유행''이란 물결을 타고
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판탈롱 미니스커트 맥시 미디 등에 이어 다소 헐렁한 느낌을 주는 ''루스핏''
시대로 들어섰다.
"미에 대한 갈망과 선호 기준은 이미 유전자에 심어져 있다"(하버드대
낸시 에트코프 교수)며 절대 기준론을 내세우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미의
패러다임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세계 대공황이나 세기가 바뀌는 대사건이 일어나면 미의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올들어 자연주의(내추럴리즘)가 패션과 메이크업 산업의 키워드로 부상
하면서 진한 색조보다 파스텔 톤이 유행하는게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짙은 회색 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올 봄과 여름은
핑크 라이트그린 스카이블루 크림류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과거 여성미에 초점을 맞췄던 패션과 뷰티가 개성화와 자유화시대를 거쳐
올해는 친자연적 패턴으로 옮겨 가는 트렌드가 뚜렷하다.
깨끗한 이미지를 전달해 새 밀레니엄에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연속으로 도피하려는 의도가 동시에
담겨 있다는게 김선진 스페이스 대표의 진단이다.
주근깨가 그대로 드러나는 엷은 화장기법인 투명화장(베어페이스.bare face)
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리퀴드 파운데이션, 트윈 케이크, 페이스 파우더를 차례로 바른후 립라인을
진하게 그리는 방식으로 미를 입히는 화장기법은 과거의 얘기가 됐다.
자신의 개성을 짙은 화장 속에 숨기는 방식을 떠나 자연스럽게 건강미를
표현해 주는 이른바 21세기형의 아방가르드한 메이크업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패션도 이제 단순함과 스포츠룩 타입의 편안함이 유행이 아닌 기본 요소로
자리잡았다.
점잖은 정장 수트로 유명한 조르지오 아르마니나 전위적 디자이너인 헬무트
랭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패션브랜드들이 스포티즘에 모든 초점을 맞춰
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성의 미를 정숙함보다는 실용주의에 뿌리를 둔 활동성에서 찾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미의 기준은 상업성과 맞물려 이처럼 눈부실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이런 유행을 주도하거나 최소한 발빠르게 따라잡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지난 50,60년대 샤넬이 옛 스타일을 고집하다 고향인 프랑스 파리에서
크리스티앙 디오르에게 밀려 어려움을 겪은게 그 단적인 예다.
이른바 명품 대접을 받는 브랜드도 유행의 흐름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게
뷰티산업이다.
때문에 국내 화장품및 패션업계가 올들어 핑크빛 등을 주 색상으로 한
파스텔 톤을 앞세워 "여심 잡기"에 분주한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특히 지난해 모든 일상생활을 짓눌렀던 IMF 한파의 무게를 벗어 던지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유행 컬러는 더 한층 강력하게 그레이 색상을 밀어내고
있다.
어둡고 지루한 IMF의 터널을 빠져 나가고픈 기대감을 핑크 노랑 그린 등
화사하고 밝은 색상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젊고 탄력있는 피부를 영원히 간직하려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반영, 화장품
업체들은 주름을 없애주고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는데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남성미의 기준이 과거 근육질에서 "섹시한 도시형"으로 옮겨가자 다양한
용도의 남성용 화장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펄(반짝이)이 올 봄 국내시장에서 빅히트를 치는 것도 짙은 화장보다는
눈이나 입술 한 부분을 강조하려는 내추럴 톤식 패턴의 반영이다.
이처럼 달라진 미의 기준과 시장 분위기는 올 화장품업계가 내놓은 SS
(봄과 여름) 메이크업 캠페인에서도 잘 나타난다.
과거 아름다움에 치중하는 식의 구호는 찾아볼 수 없다.
"맑은 하늘 신선한 미풍 싱그러운 자연을 닮은 향기로운 메이크업"
(한국화장품) "사이버 21"(나드리) "큐빅 99"(태평양) 등 회사마다 제품별
특성은 있으나 모두 21세기를 염두에 둔 자유주의적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본다면 지금의 유럽 패션계에서는 선(zen)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디자이너인 하상옥 미샤 이사는 이같은 현상이 정신적 결핍을 선으로
채우기 위해 비롯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1세기에는 동양의 정서가 전세계 뷰티산업의 뉴 패러다임을 제시할지도
모르는 양상이 새 천년을 목전에 둔 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 유통부 김영규 김광현 설현정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