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써 넣을까"

소모품을 생산해 주로 슈퍼마켓에 납품하는 A사의 K부장.

그는 사무실 PC앞에서 숨을 죽이며 키보드에 손을 가져간다.

화면에는 함께 입찰에 응한 업체들이 써낸 응찰가격이 시시각각 나타난다.

K부장은 이들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다.

잠시후 화면에 새로운 가격이 떠올랐다.

자신이 써낸 것보다 3%정도 낮았다.

K부장은 전화기를 집어들고 담당임원과 의논한뒤 입찰 마감 1분전쯤 응찰가
를 5% 더 낮춰 입력했다.

60분의 경쟁시간 종료와 동시에 화면엔 최종 낙찰 가격과 낙찰회사가
표시됐다.

"A사 낙찰"

LG유통이 최근 실시한 "인터넷 공개입찰"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LG유통이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입찰로 소모품을 조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터넷 공개입찰이란 여러 납품희망업체들이 각자의 컴퓨터를 통해 납품가격
을 적어내 이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적어내는 곳에 낙찰 자격을 주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입찰에 응하는 업체들이 응찰가격을 적어 우편이나 인편으로
발송하고 이가운에 최저가를 써낸 업체를 납품업체로 선정해왔다.

이번에 LG유통이 조달한 물품은 LG수퍼마켓과 편의점인 LG25에서 3개월동안
사용할 쇼핑봉투 등 소모품으로 모두 11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 회사의 인터넷쇼핑몰(www.shoppoint.co.kr)에 개설된 입찰장에 업체들이
가격을 써넣으면 1시간후에 최저가 낙찰업체의 이름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LG유통은 이번 입찰을 통해 소모품 구매가격을 이전에 비해 23.5%나 낮췄다.

이번 낙찰가가 4억7백여만원으로 과거방식의 평균 낙찰가 5억3천2백여만원에
비해 1억2천여만원 이상 절감했다.

이는 3시간동안 인터넷 입찰을 실시해 23%의 구매비 절감효과를 본 GE의
사례를 능가한 성과라고 LG는 설명했다.

LG유통 관계자는 "인터넷 공개입찰을 통해 비용 절감은 물론 낙찰자
선정과정에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가 입력한 가격을 보고 자신의 입찰가격을 수정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번 입찰에서 나타난 장점을 살려 앞으로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사용할 용품은 물론 사업부별로 필요한 상품을 조달하는데도 인터넷공개입찰
을 활용하기로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