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처음 도입돼 이달말로 1차 시한을 앞둔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난해 9월11일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경기화학이 대주주와 채권단의 뜻이 달라 결국 워크아웃이 중도에서
철회되는가 하면 일부 대상기업들은 기업개선약정서 체결시한을 넘긴채
시간만 끌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모두 83개 업체가 워크아웃을 추진했고
72개 업체가 워크아웃 계획을 확정했는데 이중 상당수의 기업들이 워크아웃
신청전보다 오히려 경영실적이 더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워크아웃이 실패위기에 몰린 까닭은 이해당사자들이 눈앞의 이익
에만 급급해 하기 때문이다. 즉 채권단은 자금지원 및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으로 자금부담만 늘었다고 불만이고 대주주는 경영권을 뺏기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일반주주들은 감자로 인한 피해로, 그리고 노조는 고용
불안 때문에 각각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밖에 기업이미지가 나빠진데다 회생
가능성마저 불확실하니 금융감독기관도 자칫 책임시비에 휘말릴까봐 몸을
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 도입할 때부터 당국의 의도가 기업을 살리자는 건지 죽이자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워크아웃의 취지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문제다. 이때문에 처음에는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까지 마구
잡이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가 경영권을 뺏긴다는 소문이 돌자 신청기업이
전무하다시피 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워크아웃이 협조융자나 부도유예협약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원래의 취지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즉 회생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대상기업을 투명하게 선정하고, 금융
지원에 따른 손실분담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기업회생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자금지원을 해주거나 시간을 끌다가
부실규모만 키우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도 안되지만 기업회생보다는
채권확보에만 몰두하며 일일이 경영에 간섭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부채탕감 출자전환 협조융자 이자감면 또는 지불유예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고 협조융자 명목으로 이미 1조1천억원이 넘는 돈이 지원된 마당에
이제와서 감자를 거부하거나 지분유지를 고집하는 것은 곤란하다. 아울러
금융감독기관은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서둘러 새로
제정함으로써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때문에 금융기관이 워크아웃을 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워크아웃 대상기업에 대한 여신규모는 모두 30조원에 이른다. 앞으로
추가지정될 워크아웃 기업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이렇게
엄청난 금액의 여신이 부실화되지 않게 하려면 이해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
하고 협조해서 워크아웃을 신속 과감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