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표 < 미국 딜로이트&투쉬회계법인 파트너/공인회계사 >


IMF체제를 이겨내느냐 못하느냐는 기로에서 엎치락 뒷치락하다 한해가 지나
봄이 다가오고 있다.

숨돌릴 새 없이 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자들의 고통도 더욱
심해졌다.

얼마전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와 뉴욕타임스가 한국관련기사를 크게 실었다.

그 내용은 모두 한국이 지난 1년동안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단행, 올해에는
경제가 플러스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는 긍정적 평가다.

특히 현 정부의 지도력을 평가하고 또 고통을 분담하는 국민들의 자세를
썼다.

이러한 언론보도는 우리에게 적지않은 힘이 된다.

미국의 자본가들이 한국 투자에 더 열을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팔려고 하는 매물이 많이 있었지만 작년 상반기만 해도 사겠다는
사람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매일같이 전화해서 누구든 살 사람을 찾아달라고 졸라대는 것은 우리
기업쪽이었다.

그러던 것이 작년 후반기부터 안정이 되면서 미국측 원매자들이 한국에 관한
질문을 해 오기 시작했다.

"한국의 자산구입에 의한 인수합병이 되느냐" "조세감면이 허용된
테크놀로지는 어떤 것이냐" "인수합병을 위한 가장 합리적 법인형태는 어떤
것이냐"는 것이다.

"한국의 소비자는 국산품을 애용하고 반외국기업의 감정을 갖고 있어
외국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사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질문이 되풀이되곤
했다.

"서울이 얼마나 코스모폴리탄한 도시인데 그런 몽매한 소리를 하느냐"고
하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의 걱정스런 눈치는 여전했다.

한국에 진출,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티은행이나 P&G같은 미국기업을
사례로 들어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너희는 소비자 제품을 취급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그런 걱정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반외국기업의 분위기에 대한 보도를 읽은 사람에게 수억달러의
투자결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올해에도 많은 미국사람들이 한국의 매물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기업활동하기 좋은 나라" "근면한 노동력을 지닌 나라"라는
점을 외국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외국인이건 내국인이건 노력한만큼 대가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풍토를 가진 나라라는 점도 강조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