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번주중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던 여야 총재회담이 한나라당이 별다른
이유없이 지연시키는 바람에 내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30일 실시되는 재.보선을 놓고 본격적인 선거국면으로
돌입할 경우 총재회담이 물건너 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는 8일 사무총장회담을 갖고 총재회담에 대한 절충을 계속했으나 인위적
정계개편 중단의 명문화 등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청와대로서는 총재회담을 주중에
꼭 하도록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해 총재회담이 이번 주중 성사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박 대변인은 "아직 당(국민회의)에서 한나라당과 접촉중이고 진척상황에
대한 보고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회의 정균환 사무총장도 "한나라당이 급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
이나 그렇다고 우리도 조급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의 신경식 사무총장도 "정국전반에 대해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해
총재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총재회담을 앞두고 여당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왜
지연전술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정가에서는 이회창 총재가 자신의 운신을 제약하고 있는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을 확실히 정리해 줄 것을 여권에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즉 서상목 의원 불구속 처리와 함께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동생 회성씨에
대한 보석 등을 여권이 알아서 정리해 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지난 2일 이 총재의 기자회견이 여당에 너무 우호적이었으며 총재회담에
서 얻을 것이 없다는 비주류의 비판에 따라 이 총재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는 시각도 있다.

한편 김정길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나라당이 총재회담을 보궐선거에 활용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다면 총재회담은 안된다"고 밝혀
총재회담의 개최는 더욱 불투명해진 상태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