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 5일 확정한 국세행정개혁안의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정의 투명성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숙제였던 부가가치세 과세특례를
없애는 일도 그렇고 세무비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세무공무원과 납세자의
접촉을 차단하는 조치들도 마찬가지 취지다. 특히 이번 개혁안은 행정 인사
제도 조직을 망라함으로써 전에 없이 강력한 개혁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는 이번 개혁안을 환영하고 지지한다. 흔히 결과로서의 과세
형평을 강조하지만 과정으로서의 투명세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새삼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실천이 안되면
소용없는 일이다. 세정개혁이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국세청은 이번 개혁안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준비작업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혁안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영세사업자의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간이과세 및 과세특례제도를 오는 2001년부터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부가가치세가 처음 도입될 때부터 부가세제의 정착을 앞당기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대상자가 전체 부가세 납부자의 절반이 넘는 1백50만~1백60만명에
달해 부가세제를 왜곡시키고 과세형평을 해칠 뿐만 아니라 최근의 국민연금
파동에서 보듯이 자영업자의 정확한 소득파악을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제도의 폐지를 환영하기에 앞서 국세청이 얼마나 철저한
준비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요한 전제조건인 기장 의무화, 영수증
처리, 자료상 단속 등 탈루세원 방지 및 대상자들의 반발 최소화가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의사 변호사 등 자유전문직 종사자의 과표현실화도
비슷한 실정이다.

세무비리를 근절시키고 납세자 중심의 세정을 펴기 위해 준비해야 할 일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세청은 내년까지 모든 국세신고를 우편으로 받고 장기
적으로 인터넷 PC통신을 이용한 전자신고제를 도입하며 자료관리 및 성실신고
여부를 전산프로그램으로 분석할 방침이다. 또한 종전의 세목별 자료별 세원
관리 대신 개인별 종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지역별 업종별 신고성실도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절감된 행정인력을 납세자 서비스 및 세무조사 쪽으로 재배치
하고 세무서 조직도 세목별에서 기능별로 전환할 계획인데 성공여부는 전산화
에 달려 있다. 국세청이 이같은 준비작업을 위해 개정안의 시행시기를 오는
2001년으로 1년간 유예하려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일부 억측대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과세특례자들의 반발을 걱정한 탓이라면 세정개혁은 또다시 실패하기
쉽다.

결론적으로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준비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