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당국이 우리 건설업계의 고질적 비리인 담합입찰에 대해 또다시 칼을
빼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서해안 고속도로공사 등 3개 공공공사에서 입찰
담합을 한 국내 대형건설업체 26개사에 모두 1백1억4천9백만원의 과징금을
물린 것이다. 게다가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 그치지 않고 담합혐의가 짙은
다른 공사들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에 추가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국내 건설업계에서 입찰담합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일상화돼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공정위가 낙찰률이 95% 이상이고 참가업체수가 15개 이하로
담합혐의가 짙은 3건의 공공공사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담합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계약금액 2백억원 이상
이면서 낙찰률이 90%를 넘어 추가 조사대상인 공공공사만 해도 26건이나
된다.

공정위도 이번 만큼은 담합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는 물론 들러리를 서준 업체들에까지
계약금액의 0.5%씩 과징금을 물린 것이나, 이들 업체가 앞으로 공공공사
입찰시 사전심사때 발주처로부터 감점을 받게 한 것에서도 당국의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지난해 8월 "법을 고쳐서라도
입찰담합 관행을 없애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따른 것이어서
공정위의 추가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뿌리내린 건설업계의 담합관행이 강력한 단속만
으로 쉽게 없어지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처럼
담합관행이 고질화된 배경에는 부정 부패외에도 마구잡이식 공사발주 및
불투명한 관련정보 처리, 불합리한 입찰제도, 건설업면허 및 건설시장
개방에 따른 과당경쟁, 형식적인 공사감리 및 하도급 비리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찰담합을 근절시키려면 관계 당국의 강력한 단속도 필요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불합리한 건설공사 관련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관계당국은 입찰담합이 덤핑방지를 위한 건설업계의 자구책이라는
변명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겠다. 우선 낙찰을
받고 보자는 식으로 덤핑을 일삼고 일단 낙찰을 받은 뒤에는 설계변경 등을
통해 공사비를 부풀리며 하도급업체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으로 하청을 줌으로
써 낙찰업체는 앉아서 떼돈을 버는 맹점을 놔두고는 담합행위를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공공사의 단가를 현실화하고 공사발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및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담합여부에 따라 낙찰가가 10% 가량 높아진다는 점을 근거로 추정할때
지난해 공공공사 예산낭비만 3조원에 달한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부실공사를 막고 우리 건설업계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입찰담합
은 근절시켜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