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G소프트 박지훈 사장의 성공스토리가 게임업계에 화제다.

올해 스물아홉살인 박 사장의 최종학력은 고졸이다.

89년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한동안 방황하던 그는 95년 LG소프트(현 LG LCD)
에서 운영하는 게임스쿨에 등록하며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97년3월 그는 동기생 4명과 KRG소프트라는 회사를 창립, CD롬 게임인
"드로이얀"의 개발에 착수한다.

5천만원의 초기자금은 사무실 임대비용으로 쓰고 맨손으로 작업을 계속한지
6개월.

이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고 드로이얀은 유럽컴퓨터무역쇼에 출품돼 호평을
받으며 세계시장에 팔려나갔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6억원.

생산설비투자가 거의 없는 게임산업의 특성상 제조업과 비교하면 60억원
가량의 규모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박 사장은 오는 4월 드로이얀2를 발매하면 올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잘나가는 기업이지만 KRG소트트 역시 처음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성에 대한 주변의 의혹과 정보부족 정부의 지원미비 등으로 섭섭했던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박 사장은 "각종 지원정책에 대한 정보도 몰랐지만 알았더라도 지원받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정책에 대한 불신을 털어놓았다.

정부가 각종 명목으로 지원금을 융자한다지만 매출실적도 없고 연줄도 없는
회사에까지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KRG소프트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겪는 공통적인 성장과정을 겪어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회사는 성공했지만 대부분은 창업 이후의 경영미숙과
어려운 시장환경으로 좌절을 맛봤다는 정도다.

게임은 전형적인 벤처산업이다.

대기업이 움직이기는 덩치가 너무 커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게임 전공자들도 대부분 취업보다는 창업을 원한다.

그렇다면 정부 등 공공부문의 각종 지원책도 벤처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한목소리다.

<>투자마인드가 필요하다 =게임산업에 대해선 누구나 미래형 첨단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선뜻 투자하는데는 인색한게 사실이다.

정부 등 공공부문의 지원책도 대부분 자금융자나 사무실 및 장비 지원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게임업체들은 돈을 빌려주는 융자보다는 사업파트너로서 투자하는
벤처캐피틀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특히 게임은 연극이나 영화 등 문화상품처럼 한 제품이 흥행되면 이전의
실패를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별 업체가 영세하다보니 한 번 실패하면 그대로 폐업되는 경우가 많아
다음 제품에 소중한 실패경험을 반영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금마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영기술이나 마케팅 지원이다.

창업자가 젊고 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도
도산하는 사례가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업체 정부 투자기업의 삼자가 모두 벤처투자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화점식 정부지원 =게임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들이 일제히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는 오히려 정신없다는
표정이다.

각 부가 나서서 지원정책과 행사를 벌이다보니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여러부처의 행사가 벌어져 게임업체들은 어느 장소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투자기업이나 정부부처 실무자들의 마인드
부족도 고쳐야할 점으로 지적된다.

결제나기를 기다리며 제품시판시기를 놓쳐 사업성을 잃어버린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평성의 원칙에 얽매여 소중한 자원을 적재적소에 지원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점에서 소프트웨어진흥원이 매년 사업성공가능성이 높은 업체 10여개사를
선정, 집중 지원하고 그 성과를 확산시켜 나가자고 제안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적극적인 지원정책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게임에 대한 편견은 각종 규제정책과 심의제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우선 게임제품은 특별소비세가 무려 40%나 붙는다.

게임이 카지노와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2백m 거리내에는 전자오락실을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정도 아직까지
"게임=유해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드러낸다.

게임업계가 더욱 분통을 떠뜨리는 문제는 바로 심의제도.

애매한 심의규정 때문에 제품시판을 못하거나 주소비층을 놓치는 게임도
많다.

KRG소프트 역시 드로이얀을 국내용과 수출용의 두가지로 만들어 심의를
받았다.

박 사장은 "게임은 화려한 영상과 환상적인 사운드가 있어야 성공하는데
어줍잖은 화면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겠느냐"며 "소비자와 상품의
특성을 외면한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이 많다"고 꼬집었다.

< 정리= 이영훈 기자 brian@ >

[ 도움말 주신분 =김동현 게임종합지원센터 소장,
김병기 지오인터랙티브 사장,
박지훈 KRG소프트 사장,
김영만 한빛소프트 사장,
조경애 LG소프트스쿨 과장,
이미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