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직 공무원에 대해서도 계급정년제를 도입하고 복수직급제는 폐지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조직개편 개방형 직위제도입
등 이미 예고된 변화와 겹쳐 공무원사회에 한바탕 바람이 불 모양이다.
우리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의 실현을 위한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을 그동안
여러차례 강조해왔다. 바로 그래서 민간 컨설팅업체들에 경영진단을 맡겨 그
결과를 토대로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하려는데 대해서도 적잖은 기대
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계급정년제도입 등에
대해서는 솔직히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렵다.

공무원을 안정시키고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것은
어느나라나 법률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정권교체 등
정치적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고 맡은 일만 열심히 하도록 하려면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업무상 잘못에 따른 징계나 조직
개편으로 그 기구가 없어지지않는한 정무직에 준하는 1급공무원외의 일반직에
대해서는 법률로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공무원 직제개편은 정말 신중히 다뤄야할 사안이다. 특히 그 결과가 신분과
연관이 있는 내용이라면 더욱 그렇다.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에 대한 계급정년
제가 표면상 큰 무리없이 정착됐다고 해서 이를 일반직에 그대로 도입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 잘못이다. 승진 소요기간이 부처마다 큰 차이가
있는 현실에서 일반직에 대해서도 획일적인 계급정년제를 도입하는 것은 적잖
은 부작용을 결과할 우려가 크다.

지난번 정권에서 도입한 복수직급제는 한마디로 문제다. 승진 적체현상을
풀기위해 도입된 이 제도로 인해 일부 부처의 경우 제직급에 따른 직책을
맡고 있는 국.과장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등 조직관리상 혼란이
엄청나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이 제도 폐지론이 나오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수많은 부이사관급 과장이나 과장급 사무관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느냐가 선결돼야 한다.

민간전문가 기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개방형 직위제 도입도 자칫하면
아니함만 못한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일반직보다 오히려 잠재력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류가 대거 등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한시적인 계약직"이라는 신분상의 장애와 기존 관료풍토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만하다.

정부조직개편도 공직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또 그 영향도 따지고 보면 일과성일 수 있다. 반면
계급정년제 등 직제문제는 성격이 또 다르다. 그것은 당장 큰 변화를 수반
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기도 하다. 조직개편
에 겹쳐 직제까지 대폭 개편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