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IBRD)총재는 "한국은 최근의 경제지표 호전을
보고 위기에서 탈출했다는 안일한 만족감을 가져선 안된다"며 "개혁 마인드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은행 같은 외부의 압력에 의한 계획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제 한국 스스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벌개혁은 "시장의 힘"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와 관련해선 "노동계와 정부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실업문제 해결도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6,27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제회의"에
참석한 울펜손 총재는 회의 폐막 직후 한국경제신문사 주선으로 유종근
대통령 경제고문(전북지사)과 특별 대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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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 대통령경제고문=한국정부와 세계은행이 공동 개최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제회의"는 어떤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십니까.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총재=이번 국제회의는 지난해 2월 김대중
대통령과 만났을 때 약속했던 것으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갖는
상호연관성을 탐구해보자는 목적에서 열렸습니다.

경제발전과 함께 투명하고 지식이 기반이 되는 민주사회를 지향하자는
회의였지요.

그런 중요한 점을 이번 회의가 재확인시켜 줬고 회의 참가자들도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김대통령이 당초 의도한 목적을 달성해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유 고문=한국정부의 지난 1년간 경제개혁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가장 성공적인 부문과 개혁이 미진한 부문을 꼽으신다면.

<>울펜손 총재=우선 객관적인 통계로 보면 많은 부문이 개선됐습니다.

가용 외환보유액가 5백20억달러 정도로 크게 늘어났고 경상수지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도 원활히 이뤄졌습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부도처리 관련법과 기업회계기준법 개정 등
기본적인 개혁의 틀을 마련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이를 토대로 개혁을 보다 꾸준히 추진해 완전히 마무리짓는 게 앞으로
중요한 과제입니다.

특히 한국정부가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 가장 소중한 성과라고
봅니다.

다만 지표상으로 경제가 나아졌다고 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안일한
만족감에 빠져선 안됩니다.

개혁해야 된다는 의지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국가들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한국의 경우 무엇보다 단순히 몇몇 개혁관련 법을 만들었다는 데 만족하지
말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개혁 마인드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를 위해선 확고한 의지, 인내심,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계은행 등 외부의 압력이 한국을 개혁시키는 게 아닙니다.

한국정부와 한국민들 스스로 개혁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서는 개혁을 완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유 고문=지난번 외환위기에 빠지기 전에도 한국은 외형상 끄떡없어
보이는 경제지표만 믿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껍데기가 벗겨지자 펀더멘털이 형편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여기저기 썩은 부분이 노출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재벌개혁은 앞으로도 3~4년간 지속돼야 한다고 봅니다.

재벌개혁을 앞당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울펜손 총재=시장의 힘이지요.

한국의 재벌들도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시장의 변화를 거역하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말입니다.

재벌들이 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투명성과 책임성이 담보돼야
합니다.

시장에서 보호를 받거나 은행들과 유착관계를 갖는 등 과거의 관행이
허용되는 한 재벌개혁은 어려울 것입니다.

<>유 고문=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최근 탈퇴하는 등 한국의 노동계가
상당히 불안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울펜손 총재=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실업률이 약 9%에 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들입니다.

그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노동자들도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노.사.정 3자간에 충분한 협의와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 등을 돌린 노동계와 정부가 타협점을 찾지 않는 못하면 실업문제의
해결도 요원하다고 봅니다.

<>유 고문=한국민들은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에 대해선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는 게 사실이지요.

한국이 경제난관을 돌파하는 데 세계은행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시지요.

<>울펜손 총재=여러가지 프로그램을 가지고 돕고 있습니다.

실업 노동 빈곤퇴치 문제 등 사회구조개혁과 기업이나 금융기관 구조조정
등을 지원하고 있지요.

자금지원은 물론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조언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자금지원보다는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에 중점을 둔다는 게 세계은행의 계획입니다.

<>유 고문=한국정부와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정도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민간연구소 등에선 이런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이 금년중 2%정도의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울펜손 총재=경제분석가는 아니지만 그 정도의 성장률은 달성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다만 한국의 실물경제 회복엔 환율 수출시장 일본이나 미국경제의 동향
등이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유 고문=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공공근로사업 등 임시적인 고용창출이나
사회안전망 프로그램만으로는 한국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실업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울펜손 총재=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가 애쓰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실업률이 아주 낮았기 때문에 실업증가에 충분히 준비를
못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근로사업등을 통해 임시적인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대책을 세우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것은 이런 임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여기선 민간부문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정부는 그런 고용전환이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합니다.

예컨대 지식기반 사회에 적합한 다양한 일자리를 효율적으로 창출해 내는
것 등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까지는 어느정도의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김대통령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 고문=최근 각국 정부가 투기성 단기자금의 유출입을 규제하는 문제를
놓고 많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울펜손 총재=장기적으로는 완전 개방된 세계자본시장 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다만 자국의 취약한 자본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와
보호가 필요하겠지요.

과도기일 때는 쉽지 않겠지만 규제와 개방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유 고문=김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도 북한 지원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에 대한 세계은행의 입장은 무엇이며 북한의 세계은행 가입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지요.

<>울펜손 총재=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고 또 도울 것입니다.

정치적인 차원에서도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국들과 이런 점들을 논의하고 있기도 합니다.

북한이 세계은행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제조건들이 필요합니다.

그중 하나는 먼저 북한이 IMF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 고문=최근 IMF와 세계은행을 통합해 세계중앙은행을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의 통합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울펜손 총재=지금 상황으로서는 통합을 거론할 단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통합은 썩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지금도 상호 협조관계를 유지하는가 하면 독자적인
역할도 훌륭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 정리= 차병석 기자 chabs@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