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장서 문화 관광상품을 조달할 계획이다. 그렇게되면 상품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강정훈 조달청장은 최근 "문화조달"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닌다.

문화.관광상품을 정부가 먼저 조달품목으로 지정하면 관련 업계와 산업이
함께 발전한다는 얘기다.

수동적으로 일하는게 몸에 밴 조달청에서 이는 거의 "돌출"에 가까운
행동이다.

강 청장이 처음 지정한 문화조달상품은 서울대 이면우 교수가 개발한
"종이 거북선".

이 교수와는 일면식도 없었으나 선뜻 전화를 걸어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그의 뛰어난 "벤처마인드"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강 청장을 만나 달라진 조달행정과 문화조달의 개념에 대해 들어봤다.

-어떻게 "종이거북선"을 조달품목으로 선정했는지.

"이 교수가 최근 한 신문에 쓴 컬럼을 읽어본게 인연이 됐다.

혼신의 힘을 다해 세계 최초의 제품을 개발했는데 시장에서 높은 유통마진
을 요구하며 진입을 막고 있다는게 골자였다.

실무검토를 해보니 종이거북선도 문화상품 지정대상이 되는데다 상품성이
높았다.

그래서 바로 이 교수한테 전화를 했고 조달품목으로 지정했다"

-조달 품목으로 지정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

"''조달청 계약''이란 수요기관이 필요한 물품의 카다로그를 만들고, 가격을
정해주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우선 수요가 창출된다.

이런 제품이 있으니 마음놓고 사라고 정부가 인정하는 것이므로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정부계약이어서 소비자에게 가격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다.

정부가 공인해 준 만큼 세계시장진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지난해 유망 중소기업과 단가계약을 체결, 90개업체가 1천2백69억원
을 공공부문에 팔 수 있도록 했다.

판로를 터주는 일이었다"

-어떤 제품이 문화상품으로 지정받을 수 있나.

"예술성 창의성 등 문화적 요소가 체화돼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무형의 재화와 서비스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만든 제품 <>명장 기능보유자가
만든 제품 <>문화재 및 민속공예품을 관광상품화한 제품 <>지역을 상징하고
문화적 가치가 있는 대표적 전통공예품 등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수요가 예상되는 품목이어야 한다.

종이거북선 외에도 사물놀이기구 은장도 보석함 금동대향로 등 14개 품목을
선정, 구매를 추진중이다"

-문화조달상품의 판로는 어떻게 되나.

"조달품목으로 지정되면 상품용 선물용 교재용 행사용 카달로그 등이
만들어져 전국 행정기관에 발송된다.

해외출장시 선물용이나 각급 학교의 교육기자재 각급 기관의 기념품.행사
용품 등으로 활용된다.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공관에서 한국을 알리는 "문화 도우미"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문화상품 구매 계획은.

"아직 발굴되지 않거나 상품성 등이 입증되지 않은 문화상품의 개발.판매를
대행하기 위해 우선 이달말까지 지자체와 문화재전문가 등에게 우수 상품을
추천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1백여개를 문화상품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첫해만도 수십억원어치 이상이 거래될 것으로 본다.

정부가 앞장서서 문화상품의 "제값"을 찾아주는 셈이다"

-"문화조달"의 컨셉은 어디서 나왔나.

"선진국 박물관은 대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책자나 미니어쳐 등을 만드는 "비즈니스"를 별도로 하기 때문
이다.

특히 문화관련 비즈니스는 판로가 중요하다.

좋은 제품이 있는데도 판로가 막혀 있는게 태반이다.

이교수의 종이거북선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조달청이 문화산업의 토양을 만들어 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문화조달 외에 올해 중점 추진할 정책은.

"중소기업 지원과 물자사랑운동이다.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중소기업과의 계약을 계속 늘리겠다.

벤처기업의 등록을 받아 2천억원어치를 사들일 계획이다.

전체 15조원 규모의 시설공사중 8조원규모는 중소기업에 수주기회를 주겠다.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도 중소기업지원의 일환이다.

물자사랑운동을 펼쳐 2천억원 상당을 절감키로 했다"

-지난해엔 정부미술품을 모두 등록받아 화제가 됐는데.

"중앙정부와 정부투자기관 등을 대상으로 미술품 일제조사를 실시한 결과
3만점이 확인됐으며 이를 모두 사진촬영한뒤 등록받았다.

시가감정결과 5억원짜리가 3점이상 나오는 등 모두 3백83억원어치나 됐다.

임자없는 미술품이 국고로 귀속된 것이다.

물자절약이 따로 있나"

< 대전=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