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입찰 담합을 뿌리뽑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정권때보다도
강력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추임 6개월이 채 못된 지난해 8월초 건설업계의 입찰담합
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주문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 8월10일 청와대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건설업체들의
입찰 담합은 국가 예산을 낭비케하는 간교한 책략이자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행위이므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입찰담합을 막으면 평균 20% 이상 정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 나흘전인 8월6일에는 서울지검 특수부가
담합입찰로 부당 이득을 취해왔다며 대형 건설업체 영업본부장 9명을
구속했다.

공정위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뒤 공공공사의 입찰 담합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착수, 최근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담합혐의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하고 가장 높은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건설교통부는 부실 공사와 입찰담합을 막기 위해 민관 합동위원회를 구성,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중이다.

정부는 입찰담합 근절을 위해 그야말로 전방위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입장과 시각은 다르다.

우선 "입찰담합은 옛말"이라는 게 건설업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물량이 크게 줄어 담합할 상황이
못된다는 것.

역설적이지만 담합은 발주물량이 많고 업체들의 일감이 넉넉할 때 생기는
불법행위이지 일감이 달리면 경쟁이 치열해 깨지게 마련이란 얘기다.

조달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백억원이상 사전심사(PQ)대상 공사의 분기별
낙찰률은 계속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4분기 평균 낙찰률은 87.08%였으나 이후 2.4분기 83.69%,3.4분기 80.92%,
4.4분기 71.66%를 각각 기록했다.

낙찰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업체간 경쟁이 심해졌다는 얘기다.

낙찰률 70%선에서 담합이 이뤄졌다고 추측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는 과거에 수주했던 물량이 대부분 소진됐기 때문에 올해 공공공사
입찰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낙찰률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저가수주 경쟁이 불을 보듯 뻔하다.

담합입찰과 저가수주가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고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고 처벌만으로 담합입찰 등을 근절할 수도 없다.

담합행위가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담합행위를 막을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담합이 어려워진 지금이야말로 입찰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현행 건설시장의 입찰제도는 가격위주다.

그리고 1인의 수요자가 발주하는 수요독점적 시장이다.

이같은 입찰제도와 구조아래에서 담합을 뿌리뽑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는 담합해소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설계 시공 일괄입찰(턴키)방식
공사발주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 김호영 기자 hy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